[기획] '몸캠 피싱' 덫에 걸린 2시간 "지옥을 경험했다"

양민철 기자 입력 2015. 4. 2. 02:20 수정 2015. 4. 2.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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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화상 대화 대학생, 협박 시달리다 200만원 송금

"작년에 광화문에서 투신한 놈, 그거 내 작품이야."

지난 14일 오후 7시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몸캠 피싱' 협박 전화를 받은 대학생 A씨(24)는 귀를 의심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협박범은 "인터넷에서 기사를 찾아보라"고 했다. 지난해 20대 남성 B씨가 몸캠 피싱 협박에 시달리다 한 빌딩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몸캠 피싱은 여성과의 음란 영상통화를 유도한 뒤 이를 녹화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협박범은 B씨를 협박한 게 자신이었다며 자랑하듯 설명했다. "그때 100만원에 합의하자 했는데 되레 욕하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부모님한테 연락하고 2차, 3차 협박 들어갔지. 우리가 좀 지독하게 했어. 1주일 만에 자살했다고 뉴스에 나오던데." A씨는 망연자실해졌다.

보이스피싱, 몸캠 피싱 등에 등장하는 협박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비열한 마수에 걸린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네곤 한다. A씨의 한가롭던 토요일 저녁이 '지옥'으로 바뀐 건 불과 30분 전이었다. 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여성에게 '별이 사진'이란 제목의 파일을 받았다. 혹시 이상한 파일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 안에는 미모의 여자들 사진이 있었다. A씨는 안심했다. 여성은 A씨가 마음에 들었다며 영상통화를 하자고 했다.

10여분 뒤 영상통화는 끊겼다. 곧이어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젊은 남성 목소리의 협박범은 다짜고짜 "○○○, 그렇게 안 생겨서 아주 음란하시네"라고 말했다.

여성이 보내준 사진 파일에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 문자메시지 사진 등 개인정보를 모조리 빼내는 해킹파일이 숨어 있었다. 협박범은 "좋은 대학 다니네. 이거 퍼지면 학교는 어떻게 다닐까. 일단 엄마랑 여자친구한테만 먼저 보내 볼게"라고 했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되레 "어서 신고하라"고 응수했다. "경찰이 (음란 영상) 유포 막아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찰에 접수된 몸캠 사건만 몇 백건 될 텐데 어떡하나. 그 사이 당신 영상은 유튜브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에 다 올라갈 텐데."

겁에 질린 A씨는 돈을 송금하겠다고 했다. 협박범은 "경찰에 신고할 경우 어느 통장에 입금한 누가 신고한 건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면 당신 영상은 인터넷에 바로 올라간다"고 했다. A씨는 결국 여행 가려고 모아둔 200만원을 보냈다. 사진 파일을 받은 뒤 돈을 보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2시간이었다.

경찰에는 신고하지 못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B씨 사건도 협박범을 찾지 못한 채 아직 미제로 남아 있다. A씨는 1일 "경찰이 수사해도 못 잡는다는 말에 더 겁이 났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폰 등 전화로만 이뤄지는 몸캠 피싱은 범인 검거가 쉽지 않다. 협박범 중에는 별의별 놈이 다 있어서 수사관이 전화를 하면 되레 '이봐 경찰 아저씨, 경찰 개××라고 해봐' 하며 약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의 경우 '내사 중인 사안'이라며 절대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한다"면서 "그런 사기범들은 경찰, 검찰 조직을 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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