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인삼박물관..年유지비 3억 넘는데 수입은 달랑 1500만원

2015. 4. 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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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0명 관람..직원 첫마디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영주시 '국내 첫' 집착, 이달말엔 '세계 첫' 콩과학관도

◆ 레이더 P / 사라진 혈세 길 잃은 예산 ◆ ■ 1부. 오판이 부른 무용지물 / ④ 인적 없는 박물관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오셨어요?" 경북 영주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16㎞ 떨어진 창락리 풍기온천휴양단지. 이곳에는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영주시 인삼박물관'이 있다. 지난달 중순 취재팀이 관람권을 사려고 돈을 내밀자 창구 직원이 신기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첫 인삼박물관으로 알려진 이곳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기 때문이다. 영주시에 따르면 인삼박물관의 지난해 하루 평균 관람객은 40여 명. 시간당 4~5명의 관람객이었다. 풍기역에서 25번 시내버스를 타면 20분 만에 인삼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까지 오는 내내 버스 안에는 취재팀을 제외한 다른 손님이 없었다. 박물관이 위치한 풍기온천휴양단지 역시 한산했다.

온천리조트, 모텔, 교육센터, 그리고 인삼박물관 등이 자리한 곳이지만 리조트와 인삼박물관 앞에 승용차 4대만 서 있을 뿐이다. 버스에서 내려 인삼박물관으로 향하는 200m 길 좌우에는 애초 상점들이 들어설 자리였지만 잡초로 가득한 공터만 늘어서 있었다.

영주시는 2003년 온천휴양단지 자리에 1000억원을 들여 풍기의 특산물인 인삼 테마파크 '인삼랜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박물관은 이 사업에 포함된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영주시의 재정자립도가 20%를 밑돌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영주시는 박물관 건립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0년 1월 발표한 '경인년 주요 시정방향'에서 "한국 최초로 인삼박물관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영주시는 인삼랜드 조성사업 추진 이전에도 민간투자를 통한 온천휴양단지 건립을 추진 중이었는데, 용지 일부에 박물관을 세운다는 수정안을 다시 만든 것이다. 당시 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던 관계자는 "소백산 아래 자락이라 소백산 관광객이 많이 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입지 조건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은 2010년 12월 착공돼 2013년 5월 개관했다. 국비 30억원, 도비 3억5000만원, 시비 85억원 등 118억5000만원의 세금이 들어갔다. 개관 당시 영주시는 매년 5만명 이상 관람객, 연간 6000만원 이상의 관람료 수입을 '막연하게' 예상했지만 헛발이었다.

관장과 해설사 등 총 5명이 근무하는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2014년 총 1만4122명으로 하루 평균 44명이었다. 관람료 수입은 고작 1500만원(성인 한 명당 2000원)이었다. 연간 박물관 유지·운영비가 약 3억원임을 고려하면 관람료 수입은 20분의 1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박물관 내 기념품점도 문을 닫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풍기인삼조합이 1년 정도 입점했다가 상품이 안 팔려 2000만~3000만원 적자를 보고 결국 나갔다"며 "그 이후론 아무도 안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기념품점 옆 카페테리아도 비어 있었다. 이 관계자는 "카페테리아는 개관 이후 계속 입점업체가 없었다"며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 되는데 누가 손해를 보고 들어오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주시는 곧 또 다른 박물관을 연다. 영주시 북쪽 시 경계에 위치한 부석사 인근에 '세계 첫'이라는 수식어를 단 '콩세계과학관'으로, 102억원(국비 35억원, 도비 12억원, 시비 55억원)이 투입돼 건립했고 오는 30일 개관한다. 지상 1층~지하 1층 규모다.

※ 추가 기사는 레이더P(m.raythep.com, www.raythep.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별취재팀 : 이상훈 차장 / 이상덕 기자 / 박윤수 기자 / 김종훈 기자 / 전경련 = 홍성일 재정금융팀장 / 한성우 조사역 / 박예지 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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