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이케아 알바 시급 1만원..최저임금의 두 배, 이유는?

배문규 기자 입력 2015. 4. 1. 13:50 수정 2015. 4. 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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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최대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가구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두 번째로 비싼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됐다. 한국에서 이케아는 '비싼'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알바'들의 시급이다.

1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케아의 '높은 시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알바몬 등 아르바이트 정보사이트에 올라온 채용공고에 따르면 이케아의 시간당 급여는 1만원에 달한다. 올해 최저시급인 5580원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지난달 31일 등록된 단기알바 채용공고를 보면 대상 연령은 20~48세까지다. 이케아 레스토랑 업무 보조의 경우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 사이 8시간 근무이며, 상품을 입고하는 물류팀 업무의 경우 오전 4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에는 야간수당도 당연히 있다. 고용보험도 역시 지원한다.

앞서 지난달 26일 등록된 물류팀 직원 채용의 경우 시급이 9200원이었다. 근무기간이 최소 3개월인 이 단기계약직의 경우 4대보험, 퇴직금, 경조사, 연차, 출산/육아휴직제도, 직원할인 등을 모두 지원한다. 직장 내 어린이집도 있다. 직원식당은 2000~2500원을 주고 이용할 수 있다. 이 업무 역시 오후 10시~오전 6시 사이는 야간수당이 있다. 다만 오전 4시30분 또는 오전 5시3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주 20시간을 일하는 시간제 근무이다.

국내 대형마트들의 경우는 어떨까.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 마트 사업자들은 매장 상품 진열 또는 판매를 담당하는 계약직 직원들에게 최저시급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시간선택제 사원에게 5670원의 시급을 책정하고 있다. 법정최저임금 5580원보다 90원 많은 금액이다. 롯데마트는 시간제 근로자를 지칭하는 '행복사원'에 6000원의 시급을 책정하고 있다. 장기 아르바이트는 5750원, 주말 아르바이트는 5650원을 지급한다. 홈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케아 측에 따르면 이케아가 책정한 국내 최저 시급은 9200원(주휴수당 포함)이다. 신동아 지난해 11월호( 이마트보다 시급 2400원 많지만 북유럽식 파트타임제 위주?)를 보면 주휴수당 포함 시급 기준으로 이케아는 이마트보다 2400원, 코스트코보다 400원을 더 주고 있다. 이마트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6804원, 코스트코는 8790원이다.

또한 이케아는 연령 제한을 두지 않으며, 오래 근무할수록 급여가 인상된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정년이 55세이고, 경력에 따른 급여 인상도 없다.

하지만 이케아는 시급이 높지만 풀타임이 아닌 시간제 근무여서 겉으로 보여지는 만큼 좋은 조건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 올라온 계약직 물류팀의 경우도 시급이 9200원이지만, 주 20시간 근무다. 심재성 광명시 일자리창출과장은 "북유럽 국가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시간제로 일해도 괜찮을지 몰라도 한국 근로자는 하루 8시간, 혹은 그 이상을 일해서라도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임금을 받고 싶어 한다"고 신동아에 말했다. 이케아 측은 경력단절 여성이나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시간제 일자리가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18일 개장한 이케아 광명점을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이케아 측은 한국 본사에서 9200원이라는 최저 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각 부서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변동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9200원이라는 금액은 어떻게 책정된 것일까. 김지훈 이케아 홍보담당자는 "시급은 국가별로 다르며, 업계 임금 수준과 본사 정책을 고려해 책정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유통업체들을 특별히 의식하고 시급을 책정하진 않는다"면서 "사회 일원으로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인들에게도 가능한 많은 혜택을 준다는 이케아의 기업철학이 반영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이케아의 최저시급은 지난해 10.76달러였다.

대형마트는 다수의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월마트가 오는 4월부터 매장 근로자의 법정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9달러로, 내년에는 10달러로 올리기로 한 결정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130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미국 최대 고용주이다. 월마트를 신호탄으로 미국과 일본 대기업들은 속속 임금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노동전문가 닐슨 리히텐슈타인의 말을 인용해 유통업체들의 임금인상이 노동자 소득을 늘림으로써 장기적으로 소비를 유도하는 데 맞춰져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은 '엔저'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자 자동차, 전자 부문 대기업들이 앞다퉈 임금 인상에 나섰다. 이러한 일본 대기업의 움직임도 임금 인상을 통해 일본 경제 회복을 추진하려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과 맞물려 있다. 미국과 일본 외에도 중국, 독일, 영국 등 주요국가들은 올해 들어 최저임금을 속속 인상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가시적인 임금 인상 움직임이 없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사진)는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적정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계는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실질임금 인상이 매우 미약했기 때문에 기업 능력이 되는 한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임금이 올랐으면 하는 정부의 바람이 있지만, 기업 단위에서 노사간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물러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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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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