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서의 스윙맨] 모건의 'T-세리머니', 숨겨진 비화 (동영상)

이상서 입력 2015. 4. 1. 07:01 수정 2015. 4.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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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상서]

토니 플러쉬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한 나이저 모건

여태껏 이런 선수는 없었다. 단 한 경기만을 뛰었을 뿐인데 그 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했다. 그것도 개막전에서. 한화의 새 외국인 타자인 나이저 모건이다. 28일 목동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모건은 4안타(1도루)를 때려내며 완벽한 신고식을 치렀다. 슈퍼 루키는 관중석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재능도 갖췄다. 두 번째 타석인 4회초, 모건은 선두 타자로 나와 우측 담장을 때리는 안타를 날렸다. 2루에 안착한 모건은 전매특허의 세리머니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바로 'T-플러쉬(T-plush)'다. 이어 한화의 응원석은 약속이나 한듯 양팔로 T 자 동작을 갖추며 화답했다. 모건이 공개한 이 세리머니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것은 모건이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 나타나는 자아"라고 말하는 토니 플래쉬를 뜻하는 동작이다. 모건은 2011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블루워스에서 활약하던 당시 이렇게 설명했다. "토니 플러시는 내가 가진 수많은 자아들 가운데 중심인물이다." 물론 당시 밀워키의 감독이던 덕 멜빈은 "모건은 야구에 소소한 잔재미를 가져오는 선수"라고 웃어 넘기긴 했지만 말이다.

토니 플러시는 모건이 과거 프랭크 시나트라(미국의 유명한 가수이자 배우)의 팬이 될 때 태어(?)났다. 토니 플러시는 극도의 자신감을 지닌 성격이며, 엔터테이너 기질이 다분하고, 트러블 메이커의 특징을 가진 인물이다. 모건과 토니는 수시로 바뀌며 한 명이 드러날 때 나머지는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모건의 '토니 플러쉬' 세리머니는 그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활약할 때 서서히 각인을 시킨 뒤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었던 시절부터 슬슬 유명세를 탔다.

모건의 팬? 토니 플러쉬의 팬!

절정은 밀워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맞붙은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5차전에서 모건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낼 때였다. 28일의 목동구장처럼 당시의 밀러파크(브루어스 홈구장)는 T 세리머니 물결이 넘실댔다. 모건은 이 안타로 팀을 29년 만에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 시켰다. 모건은 경기 후 "토니 플러쉬로 변신해 춤을 추고 밤새 뜨거운 축하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물론 다음 날 모건은 "어젯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모건에겐 토니 플러쉬 말고도 다양한 성격을 가진 몇 명이 더 있다. 토니 검벨은 경기 후 인터뷰 순간처럼 대단히 진지하고 지적인 모습을 요할 때(;;;) 출연한다. 2011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 TV 시청률이 (저 때문에) 조금은 올랐을 걸요?" 방송국 사정까지 배려할 정도로 섬세하다. 토니 톰스턴은 팀 동료이자 주전 3루수인 케이시 맥게히가 마법으로 소환할 때(…) 나온다. 토니 허시는 (모건의 앙숙인) 카디널스의 투수인 크리스 카펜터스와 시비가 붙을 때 드러난다. 모건은 미국의 한 스포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의 알버트 푸홀스와 크리스 카펜터스와 벌인 벤치 클리어링 당시에도 다른 자아가 등장한 것이라 주장했다. 토니 클러치는 모건이 각성 모드에 들어설 때 출연한다. 2011년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모건이 투런포를 날리는 등 맹타를 휘두를 때가 시초였다. 팀 동료인 라이언 브라운이 만들어냈다.

2011년 10월 7일 열린 NLCS 5차전 후 모건의 인터뷰. 'F'로 시작하는 욕을 연달아 한다. 생방 중에.

이쯤 되면 비정상적인 개념을 갖춘 모건이, 아니 토니 플러쉬가 한화에 제대로 녹아들지 걱정하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건과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 대부분은 그의 융화력을 높이 친다. "상대팀이 모건을 상대할 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건 알아요. 그러나 같은 팀이라면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얼마나 연습을 열심히 하는지, 그의 이해 안 되는 4차원 같은 행동도 다 목적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밀워키 시절 팀동료였던 코레이 하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는 팀의 에너지를 한 단계 레벨 업 시켜주는 선수입니다."

당시 팀메이트였던 잭 그레인키도 모건과, 아니 토니 플러쉬와 함께라면 "오케이(OK)"라고 말했다. 너무 솔직해서 탈인 그레인키의 말이다. "90퍼센트 이상 그와 보낸 시간은 좋습니다. 다만 말을 심하게 많이 해서 성가시게 하는 것만은 빼고요. 그러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팀원들 모두가 그를 좋아합니다. 따뜻한 마음과 함께 재치도 갖춘 모건을 말이죠."

모건은 KBO 리그 데뷔전에서 첫 타석을 빼놓고는 이후 5타석에 모두 출루했다. 모건이 베이스를 많이 밟을수록 T 세리머니를 자주 볼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는 개막 2연전에서 11차례 타석에 들어서 안타 4개 등을 포함해 6번이나 1루를 밟았다. 출루율 0.545. 개막전에서도 충분히 증명했듯 모건이 살아 나가면 한화의 공격은 활기를 띠었다. 모건은 과거 "야구 선수는 가장 큰 무대에서 뛰는 엔터테이너"라며 "스타들이 스테이지에서의 예명을 하나씩 갖고 있듯 나에겐 토니 플러시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요코하마 지역의 유치원 어린이들이 T-세리머니를 단체로 따라하고 있는 모습

2013년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어스타즈에서 뛴 모건은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외국인 선수로 거듭났다. T 세리머니는 금세 팬들에게 각인 됐으며 연고 지역의 유행으로까지 번졌다. 김성근 감독 역시 "요코하마에 물어봤는데 (모건이) 착하다고 하더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한 선수도 없다. 그러나 타고난 스타성을 가진 선수는 있다. 야구장에서 스타라는 정의가 '실력+퍼포먼스'의 총합이라면, 모건은 스타가 맞다. 모건의 '2루타에 이은 세리머니' 하이라이트 영상은 재생수 15만을 넘기며 당일 랭킹 10위권에 올랐다. 헬로, 스트레인저. 한화가 마약 야구인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다.

온라인팀=이상서 기자 coda@joongang.co.kr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모건 공식 페이스북, 팬페이지, 방송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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