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에게 묻다.."레진코믹스 왜 차단했나요?"

2015. 3.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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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표시와 음란물의 복합적 문제..사업자 조치만 잘되면 차단 없을 것"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대학생 김지연(가명·여·24) 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휴강일이라 느지막히 일어나 단골 유료 웹툰사이트를 들어가려 했는데 '유해 사이트 차단' 문구를 보게 된 것이다.

혼자 애꿎은 속만 끓이던 중, 기사를 보고서야 음란물 문제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서 사이트를 차단한 것을 알게 됐다.

김 씨는 유명 웹툰사이트 레진코믹스의 이용자다. 그가 레진코믹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웹툰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진코믹스에는 질 높은 성인물을 필두로, 일반 웹툰사이트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BL(보이즈 러브), 백합(여성 간의 동성애) 등의 장르도 찾아볼 수 있다.

김 씨는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아쉬움과 함께 불안감을 나타냈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음란물 딱지를 붙이고 차단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여기에는 좋은 웹툰들도 있는데…. 이러다가 또 차단당해서 이용하지 못할까봐 불안해요".

김 씨처럼 대다수의 이용자들에게 지난 26일 벌어진 레진코믹스 차단 사건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왜 방통심의위는 이 같은 충격요법을 단행한 것일까.

CBS노컷뉴스가 방통심의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취재진과 방통심의위 관계자의 1문 1답이다.

▶ 차단 조치를 했다가 번복했는데, 과잉 차단 논란 때문인가요?

"차단 번복은 아닙니다.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요. 과잉 차단의 측면도 일부 있습니다만, 그런 논란이 없도록 논의를 하는 차원에서 차단을 해제했습니다. 끝까지 논란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인정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레진코믹스는 일반 만화사이트와 같은 성인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왜 하필 레진코믹스가 그 대상이 됐나요?

"문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성인인증은 기술적인 측면이고 저희는 법적인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일단 성인 콘텐츠(청년물)의 경우 '만 19세 미만 이용불가' 표시, 흔히 말하는 19세 딱지가 방통심의위의 고시에 따라 하얀 바탕의 화면 전체에 걸쳐 표시돼 청소년 접근을 차단해야 합니다. 레진코믹스의 성인 웹툰을 보면 그런 표시가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음란물입니다. 음란물의 경우, 수위가 높아 성인도 이용할 수 없는 콘텐츠인데 이것이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 만화는 그래도 표현의 자유가 좀 더 자유롭게 보장되는 장르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희도 국내 웹툰에 대해 어느 정도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어요. 레진코믹스 건은 민원이 들어와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그 민원에서 지적한 것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되고 있는 국내 웹툰이 아니라 새롭게 수입한 일본 성인만화였습니다. 그래서 심의 후 조치에 들어간 것입니다".

▶ 법적으로 음란물은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 통념에 비추어 그것이 성욕을 흥분 또는 자극시키고 또한 보통인의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으로서 건전한 성 풍속이나 선량한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심의 기관으로써 어떤 입장인가요?

"구체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성행위 묘사의 구체성이나 성기의 노출 정도, 가학적인 변태 행위, 반윤리적인 패륜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성인들도 볼 수 없는, 도를 지나치는 과한 측면이 있는 콘텐츠를 음란물이라고 간주합니다. '모호하다'는 이야기는 판시 내용을 모호하게 해석할 수도 있고, 판단 주체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다는 의견에서 나오는 말 같습니다. 레진코믹스의 일부 콘텐츠는 충분히 음란물의 요소가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향후 레진코믹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사업자의 자율적인 조치가 이뤄지면 차단 등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한국만화가협회에 내용을 통보한 상태고, 레진코믹스 측에서도 조정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것이 잘 되지 않으면 그 때 가서 다시 검토하겠지만 다른 웹툰의 순기능을 인정해 전체 사이트 차단이 아니라 일부 차단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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