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 늘어나는 '청년 고독사'.."출구가 없다"

이원광|정혜윤 기자|기자 2015. 3. 31.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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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정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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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9시쯤 구모씨(25)가 서울 관악구 고시촌 한 원룸에서 숨진채로 발견됐다. 구씨는 지난해 4월부터 이곳에 자리잡은 뒤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 애썼다. 이 기간 호프집 종업원과 치킨집 배달일 등 아르바이트도 성실히 했다. 그러나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다. 높은 취업문 앞에서 좌절한 구씨는 3.5평 원룸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집주인은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했던 기간을 제외하고 방세를 밀린 적도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장기간 청년실업 속 20~40대 청년들이 홀로 지내다 숨지는 '젊은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준비를 위해 가족과 친구 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젊은 고독사에 쉽게 노출된다는 분석이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살자 중 청년 자살자(21~40세)는 3587건으로 전체 자살자 1만4271명 중 25.1%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10년 27.3%, 2011년 27.0%, 2012년 25.9% 등 꾸준히 25%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청년실업률과 같은 추세다. 청년실업률은 2011년 2월 8.5%에서 올해 2월 11.0%까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관계로부터 고립된 청년들이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자수는 모두 47만명으로 2012년 35만명, 2013년 37만명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강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주거 마련과 결혼, 출산 등의 도미노의 첫번째가 취직"이라며 "첫번째 도미노를 튕기지 못하니 인생 전체에 대한 좌절감이 커지고 자살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가족·친척·친구 등과의 떨어져 생활하면서 연애감정도 '썸탄다'고 표현하듯 직접적 만남보다 간접적 인간관계가 보편화됐다"며 "인간관계를 통해 정서적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홀로 지면서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는 사회적 안정망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또 취업이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불안감 속에 더 큰 좌절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시선과 각박한 현실을 고려하면 '눈높이'를 낮추는 데 대해 좌절을 느끼게 된다"며 "일자리 쏠림 현상이 생기고 취업난은 더욱 심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힘든 상황을 '홀로 버티기'보다 취준생들을 중심으로 한 청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등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얼마전 대학생들이 '같이 밥먹기'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유사한 공감대를 찾고 나누는 게 절실하다"며 "청년들이 익숙한 기술을 이용해 서로 만나고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공업화 이후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가 사라진 것 사실"이라며 "서로 경쟁하고 있으나 서로 없어서는 안될 공동체 일원이라는 분위기를 느끼고 상생해야 한다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등 직업적 성공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업이 경제적 해결과 동시에 자기 실현이라는 기능이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에 쏠리기 보다는 행복을 느끼는 직업을 선택하라는 것.

이 교수는 "자신이 어떤 일을 잘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를 깨닫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가 좋다는 직업에 막차를 타기보다 자신에 대한 정보와 원하는 분야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신에게 최적화된 일자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일자리를 늘리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대기업이나 공무원 뿐 아니라 이에 대등한 보람있는 일자리를 사회가 만드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최소 소득이 보장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토목 사업 등을 통해 취업난을 해결하려 한다면 외국인들을 위한 일자리 밖에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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