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 브렛 필 그리고 그의 전략

조회수 2015. 3. 31.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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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출발이다. 2014년 시즌 8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던 KIA 타이거즈가 기분좋게 LG 트윈스를 상대로 2승을 챙겼다. 개막전 시리즈에서 2경기 이겼다고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가 악몽 같았던 작년 시즌을 잊기 위해선 올 시즌 초반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개막전 주말 KIA의 상대는 2년 연속 가을야구를 맛봤던 LG 트윈스였다.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KIA는 어떻게 전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를 상대로 2승을 기록했을까?

간단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사' 브렛 필이 있었다.

< 미스터 '끝내기' 필 - 사진/ OSEN >

필은 LG를 상대로 8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그가 기록한 3개의 안타는 모든 장타였다. '중심 타자'답게 중요한 시기에 타점을 올려주면서 주말 2연전 내내 KIA의 타선을 잘 이끌어주었다.

일단 필의 기본적인 기록을 살펴보자. 우타자인 필은 예상과는 달리 작년 시즌 좌투수가 아닌 우투수에게 더 좋은 기록을 남겼다. 그는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3할3푼5리 홈런 12개를 기록했고 좌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2할9푼7리 홈런 7개를 기록했다. 그가 우투수에게 더 강하다는 점은 일시적인 현상이었을까? 절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3시즌을 뛰면서도 비슷한 기록을 남겼다. 메이저리그에서 필은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288를 기록했지만, 좌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206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4년 동안 기록으로 봤을 때 그는 분명히 우투수에게 더 강한 타자이다.

하지만 필은 이러한 기록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LG의 좌완투수를 상대로 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필의 완벽한 승리이었다.

HOW? 필의 전략은 간단했다.

1 그는 빠른공을 기다렸다.2 존 히팅(zone hitting)을 했다.

볼카운트와 상관없이 빠른 공이 들어올 타이밍만 기다렸고 기다렸던 빠른공이 원하는 코스에 들어오면 자신 있게 스윙했다. 그가 기록한 2개의 홈런 타구 방향과 코스는 달랐지만, 구종은 같은 빠른공이었다.

좀 더 자세히 그의 전략을 분석해보자.

임지섭 vs 브렛 필

첫 번째 타석에서 필은 선발투수 임지섭을 상대로 총 7개의 공을 봤다. 상당히 불리했던 볼카운트 (1-2)에서 그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임지섭은 그를 유인하려고 상당히 많은 변화구를 구사했지만, 필의 배트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가 첫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임지섭의 변화구 제구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지섭의 빠른 공은 위력적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 확실한 결정구가 없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두 번째 타석에선 필은 역전 3점 홈런을 기록한다. 필은 첫 번째 타석과는 다르게 초구에 베트가 나왔다. 2명의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그는 욕심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임지섭은 필을 상대로 상당히 좋은 느린 커브볼을 던졌다. 결과는 헛스윙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투구가 좋지 못했다. 임지섭은 다시 한 번 유인구를 선택했지만, 필은 포크볼을 그냥 쳐다본다. 필의 배트가 나오기엔 코스가 스트라이크존에서 너무 많이 벗어났다.

필의 장타력을 의식했던 임지섭은 의식적으로 낮게 제구하려 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낮은 코스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그는 높은 슬라이더를 선택했고 필은 헛스윙을 한다. 다시 한 번 볼카운트가 필에겐 불리해졌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임지섭은 이번 타석에서 이미 3개의 변화구를 구사했다. 분명히 빠른공이 들어올 타이밍이었다. 필은 (보이지 않게) 배트 스피드를 빠른공에 맞추고 기다린다.

그리고 임지섭의 빠른공이 몸쪽으로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윙했다. 결과는 3점 홈런이었다.

봉중근 vs 브렛 필

브렛 필은 LG의 마무리 투수인 봉중근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다. 그는 이미 타석에 들어서면서 초구에 스윙할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대타 김주찬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본다. 봉중근의 제구가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봉중근의 공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높게 벗어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주자가 이미 볼넷으로 출루한 상황에서 봉중근에겐 초구 스트라이크가 상당히 중요했다. 그렇다면 빠른공이 들어올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빠른공이 전부가 아니다. 봉중근은 이미 필이 임지섭의 몸쪽 빠른공을 걷어올려 3점 홈런을 쳐내는 모습을 봤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다.

구종은 빠른공이고 코스는 바깥쪽이다.

필의 예상대로 봉중근의 선택은 바깥쪽 빠른공이었고 결과는 끝내기 홈런이었다.

< 이번 가을에도 활짝 웃고 있는 필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진/ OSEN >

이날 경기에서 필은 3개의 헛스윙을 기록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3번 모두다 구종이 변화구였다는 점이다. 무조건 변화구에 약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빠른공 하나는 잘 치는 타자임은 확실해 보인다. 개막전 시리즈에서 분명히 필은 LG의 좌투수들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지만, 단 2경기일 뿐이다. 더 많은 승부가 남겨져 있고 이제 막 시즌이 시작했을뿐이다. 지난 주말 필은 확실하게 중심 타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것도 좌투수들을 상대로 말이다. 앞으로 좌투수들 특히 LG의 투수들이 그를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하다.

danielkimw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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