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출' 우왕좌왕 '1%대 모기지' 돌연 유보..혼선 부르는 정부

2015. 3. 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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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책 목표는 집값 끌어올리기와 가계부채 위험 관리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예고된 정책(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공급)을 느닷없이 취소하고, 불과 일주일 만에 대출상품의 판매 방식을 바꾸고 규모도 대폭 확대(안심전환대출)했다. 정책 신뢰도는 훼손되고, 시장 예측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능력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안심대출' 규모·방식 바꾸고'1%대 모기지' 출시는 돌연 유보금융위-국토부 정반대 정책1월 동시 발표했다가 혼선 자초빚내서 집사라던 최경환"가계빚 관리능력 부재 드러내

■ 취소·변경 밥먹듯이 한 정부

국토교통부는 30일 보도자료를 내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은행대출 출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말 국토부는 소득 수준과 주택 규모를 따지지 않고 3000가구를 대상으로 연 1%대 변동금리형 모기지론 시범사업을 3~4월께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국토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꼽혀온 이 정책을 예정된 상품 출시일을 하루 남짓 남겨두고 갑자기 취소한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9일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를 애초 20조원에서 40조원으로 증액하는 방침을 내놨다. 상품 출시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온 증액 방침이다. 상품 판매 방식도 '선착순'에서 '낮은 주택가격 순'으로 바꿨다. 한 주 만에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추가 증액은 없다"(임종룡 금융위원장)고 못박았으나, 지켜질지 확신하기 어렵다. 정부는 두 배 증액 방침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대폭 증액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하루이틀 사이에 말을 바꿨다.

■ 부처간 엇박자

단순한 말바꾸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책 기조 자체가 달랐다. 안심전환대출은 대출자가 금리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는 변동금리형 모기지 대출을 금리 변동 위험이 없는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는 게 목표였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상품 비중은 낮추고 고정금리 비중은 높이자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정반대의 결과를 예고한 정책 상품이다. 1%대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변동금리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에 매력을 느껴 수요가 폭증한다면 고정금리형 상품 비중을 높이려 했던 금융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소지가 컸다. 두 정책은 모두 지난 1월에 발표됐다.

정반대 방향을 향해 달리는 정책이 다른 부처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것이다. 엇박자 정책에 대한 지적은 이미 나왔으나, 정부는 얼버무리기에 급급했다.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자,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집을 꼭 사겠다는 사람에게는 수익공유형이 도움이 될 것이고 저희(금융위)가 하는 안심대출은 기존 대출 구조를 바꿔서 안정적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이라며 "두 정책은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했다.

■ 최경환은 어디에?

주택금융과 주택정책을 놓고 금융당국과 국토부가 벌이는 갈등 양상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부실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 차단에 관심을 쏟지만, 국토부는 건설경기 활성화 쪽에 무게를 싣는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 갈등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린다는 데 있다.

현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6월 내정 직후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며 주택금융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마지막 빗장으로 불리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었다. 가계 빚을 늘려 경기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삼은 것이다. 이런 전략적 선택은 현재도 달라지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자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에 주목하며 "경제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이면에 있는 가계부채 급증 위험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67조6000억원 늘고,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3.9%포인트 뛰어올랐다.

■ 수요 예측 대실패…무능력?

안심대출 공급 규모 2배 증액 결정이나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 출시 취소는 정부의 시장 예측력이 엉성하다는 방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인기를 끌 수도 있고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했다. 내놓고 보니 시장 반응은 (우리가) 당혹감을 느낄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 출시를 취소한 국토부는 향후 내놓을 상품 금리 수준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심대출로 2%까지 떨어진 소비자들의 '금리 감각'이 추후에 3%로 올라선 다음에 상품을 출시할 생각"이라며 "기준금리가 인하돼 이 상품의 금리도 내려야 하는데, 그 수준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장 예측에 대한 정부의 무능력은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 요소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다.

세종/김경락 김규원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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