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도 오열했다' 캡틴 포웰의 마지막 미팅

입력 2015. 3. 30. 18:00 수정 2015. 3. 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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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포 주장' 리카르도 포웰(32 · 196cm)이 떠났다. 30일 아침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포웰이 뛴 지난 27일 동부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5차전. 어쩌면 전자랜드 주장으로서 마지막 경기일 수 있었다. 종료 11초 전 쐐기포를 맞고 내준 아쉬운 경기. 전자랜드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도 물거품이 됐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포웰은 태평양을 건넜다.

한국농구연맹(KBL) 외국 선수 규정에 따라 포웰은 다음 시즌 전자랜드와 재계약 대신 트라이아웃에 나와 선발을 기다려야 한다. KBL은 올 시즌 뛴 외국 선수들의 재계약을 불허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음 시즌 드래프트를 다시 하기로 했다. 단신 선수(193cm 이하) 제도도 부활했다.

때문에 포웰은 다음 시즌 전자랜드에서 뛰지 못할 수도 있다. 드래프트 순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다 기회가 오더라도 전자랜드는 장, 단신 규정에 따라 포웰을 뽑는 데 고민을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에 빅맨이 절실한 까닭이다.

27일 경기 후 포웰은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그리고 30일 작별을 고했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변영재 통역과 신인 정효근(22)도 나와 배웅했다.

변영재 통역은 "포웰이 3년 동안 고마웠다고 하더라"면서 "다음에 또 보자고 했다"고 출국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확답은 안 했지만 포웰은 다음 시즌 트라이아웃에 꼭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7일 경기 후 라커룸에서 포웰이 올 시즌 주장으로서 주관했던 마지막 미팅 얘기를 들려줬다. 모두 함께 통한의 눈물을 쏟아냈지만 진한 사나이의 우정과 내일의 희망을 확인한 자리였다.

경기 후 포웰은 라커룸 샤워실에서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 분통을 터뜨렸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의 성격을 아는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15분여가 흘렀을까. '마음을 그만 풀라'는 변영재 통역의 위로로 포웰은 가까스로 라커룸으로 나왔다. 그러나 포웰은 말문을 열지 못하고 또 눈물을 쏟아냈다.

이에 전임 주장 이현호(35)가 먼저 "12년 동안 농구를 하면서 많은 외국 선수들을 만났지만 이런 2명의 선수(테렌스 레더까지)와 한 시즌을 보내서 감사한다"면서 "함께 해서가 아니라 정말 동료를 뛰어넘어서 진심으로 형제애를 느꼈는데 고맙다"고 포웰을 감싸안았다.

그러자 포웰도 눈물을 간신히 참고 화답했다. 포 주장은 "정말 결승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최선 다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주장으로서 너무 미안하다"고 동료들을 바라봤다.

이어 "꼭 한 가지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은 실력뿐 아니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경기에서 다 뿜어내려고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웰은 플레이오프 때 경기 전 몸 푸는 시간에도 동료들에게 집중하라고 주의를 줬다.

포웰은 이어 "3년 동안 같이 있으면서 행복한 시간이었고 우리가 그동안 발전하고 성장한 모습들을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보여줬다"면서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변영재 통역은 "이 말을 전하는 나도 눈물이 났고, 모두 엉엉 울면서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야 했다"고 당시 모습을 전했다. 이어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까지 울음이 다 터져서 꺽꺽 참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유도훈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포웰은 "선수들도 그렇지만 감독님께서 그렇게 잘 챙겨줬다"면서 "감독님께 첫 결승 진출로 큰 선물을 드릴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엉엉 울었다.

마지막까지 주장의 책임감을 잃지 않았다. 포웰은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이 많이 있다"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면서 미팅을 정리했다.

그렇다면 포웰은 과연 다음 시즌 KBL에서 뛸 수 있을까. 포웰은 "다음 시즌 올 수 있을지, 전자랜드에 다시 선발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KBL 역사상 두 번째, 사실상 정식으로는 첫 번째인 외국인 주장의 마지막 미팅이었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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