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우승 키워드 "양동근을 막아라"

김경호 선임기자 2015. 3. 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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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을 막기로 한 선수들이 너무 풀어놔줬다."

원주 동부 김영만 감독은 2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1차전에서 54-64, 10점 차로 패한 뒤 모비스 포인트가드 양동근(34·1m80)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경기전부터 "양동근이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게 여러 수비수들을 붙여서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양동근은 1쿼터에는 무득점에 그쳤지만, 2쿼터에만 10점을 폭발시키며 공격의 물꼬를 텄고 결국 18점·5어시스트·2스틸의 팀내 최고활약으로 완승을 이끌었다. 시작부터 두경민, 허웅, 박지현, 박병우 등이 번갈아 가며 막으려 했으나 처음에만 반짝 효과를 봤을 뿐 영영 그를 묶지는 못했다. 노련한 양동근은 2쿼터부터는 아이라 클라크, 함지훈 등과 호흡을 맞추며 그들의 스크린을 받아 노마크 찬스를 만들고 내외곽포를 마음껏 꽂아 동부 수비진을 맥빠지게 했다.

양동근이 펄펄 날기 시작하면서부터 리카르도 라틀리프, 함지훈, 클라크 등의 안쪽 공격도 살아났고 전반을 37-28로 앞서간 뒤 이후 한 번도 5점 차 이내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넉넉한 승리를 따냈다.

모비스 주장 양동근은 이번 챔프전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동근은 특유의 파워와 스피드를 앞세운 경기 조율과 내외곽 모두 통하는 골결정력으로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국내 최고 가드다. 그의 득점과 움직임이 활기를 띠면 모비스 전체가 살아나고, 그가 부진하면 모비스도 함께 고개를 숙인다. 정규시즌 끝무렵, 그가 체력 소진으로 각각 무득점과 2득점에 그쳤을 때 모비스도 가장 큰 위기를 맞았었다.

상대 전력에서 가드진 열세가 두드러지는 동부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양동근을 막아야 2차전 이후 승리를 바라볼 수 있다. "정규시즌에도 양동근을 잘 막으면 이겼고, 그러지 못할 때 졌다"는 김영만 감독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젊고 체력이 좋은 허웅(1m85), 스피드에서 뒤지지 않는 안재욱(1m78) 등이 따라붙을 수 있지만 경험 부족으로 완벽한 제어가 어렵다. 베테랑 박지현(36)은 수비력이 좋으나 체력이 떨어진다. 혼자 막기 어려우면 전술적으로 힘을 모아야 하지만 다른 곳에서 구멍이 생길 것이 걱정이다. 완벽하게 막을 수 없겠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양동근의 활약상을 끌어내리는게 중요하다.

당사자 양동근은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LG가 전담수비수 양우섭을 붙이며 괴롭혔지만 잘 견뎌냈다. 양우섭에 비하면 동부의 마크맨들은 별 위협이 되지 못한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차전 종료 뒤 "양동근은 늘 그런 선수"라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다. 1쿼터에 막히는 등 일시적으로 침체돼도 언제나 슬기롭게 위기를 떨쳐내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가드 싸움에서 이겨야 동부가 모비스를 잡을 수 있다. 31일 오후 5시 울산에서 열리는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는 양동근을 두고 어떤 힘겨루기가 이뤄질지 궁금하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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