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시드 반란' 프로농구, 팀 스포츠 미학 일깨웠다

스포츠 2015. 3. 30. 11: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최근 막을 내린 2014-15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는 수많은 화제와 명승부를 남겼다.

결과적으로는 이변 없이 정규리그 1·2위 팀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가 승자가 돼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게 됐지만, 패자인 창원 LG와 인천 전자랜드의 선전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LG와 전자랜드의 선전은 닮은 부분이 많았다. LG는 정규리그 4위, 전자랜드는 6위에 그쳤다. 하지만 두 팀은 4강에 직행한 정규리그 1·2위팀을 끈질기게 괴롭히며 하위 시드의 반란을 주도했다.

LG와 전자랜드의 선전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타성에 젖어있던 KBL식 농구에 익숙해져 있는 팬들에게 '이변'과 '팀 스포츠'의 미학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몇 년간 프로농구는 눈에 띄게 활력이 떨어졌다. 장기레이스를 마치고 이미 지친 선수들은 중요한 빅매치에서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면서 경기력도 같이 하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플레이오프도 별다른 이변이나 새로운 이슈 없이 '이길만한 팀이 이기고, 질만한 팀이 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우승팀이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팬들도 예측할 수 있는 뻔한 결과와 경기의 연속에 팬들은 쉽게 싫증을 느꼈다. 설상가상으로 농구 플레이오프가 야구와 축구의 시즌 개막시기와 맞물리며 화제성이 떨어지고 시청률도 안 나오는 플레이오프 중계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굴욕도 종종 벌어졌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뻔한 예상을 무색케 했다. LG와 전자랜드가 이 정도로 선전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이 얼마나 됐을까. 전력이나 분위기로 따지면 일찌감치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두 팀이지만,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고 강팀들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모습은, 스포츠이기에 가능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더구나 두 팀의 선전은 스토리 역시 풍성하다. 전자랜드는 전통적으로 강호의 역사와 거리가 멀었던 대표적인 '언더독' 구단이라는 희소성, 바뀐 외국인 선수 규정에 따라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야하는 리카르도 포웰과의 끈끈한 인연 등이 맞물려 농구팬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로 떠올랐다. 포웰로 인해 KBL의 잦은 외국인 선수제 변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다시 이슈로 떠오를 정도다.

LG는 외국인 선수 잔혹사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LG는 과거 '야반도주의 아이콘' 버나드 블런트, 감독과 주먹다짐까지 벌였던 마일로 브룩스, 심판을 폭행해 영구제명을 받은 당한 퍼비스 파스코, '니갱망'(니가 경기를 망치고 있어)이라는 유행어를 창시한 아이반 존슨 등 외국인 선수를 둘러싼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팀이다.

하지만 LG는 이번 제퍼슨의 SNS 사건으로 구단 이미지까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위기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여론을 반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의 기대이상 선전까지 이어지며 명분과 실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도 투혼을 발휘하는 LG 선수들의 모습과 창원에서의 뜨거운 농구열기를 통해 LG 농구를 다시 보게 됐다는 팬들도 많다.

공교롭게도 LG와 전자랜드는 모두 프로농구 출범이후 아직까지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력이 없는 유이한 팀들이다. LG는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나 챔프전에서 2위 모비스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자랜드는 아예 창단 이후 챔프전 진출 경험 자체가 전무하다.

올 시즌 못다 이룬 우승의 꿈은 아쉽게도 또다시 다음 시즌으로 미루게 됐다. 그러나 두 팀이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뜨거운 투혼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ktwsc28@dailian.co.kr]

- Copyrights ⓒ (주)데일리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