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택 화재로 숨진 80대, 알고보니..

이승훈 입력 2015. 3. 30. 09:20 수정 2015. 3. 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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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6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0대 노인이 숨졌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집에 불을 낸 방화 사건이었는데, 불을 낸 사람과 또 방화의 이유가 좀 뜻밖입니다.

뉴스따라잡기 이승훈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피의자가 검거된거죠?

<기자 멘트>

네, 현장에서 붙잡혔는데요.

붙잡힌 피의자는 사망자의 아들이었습니다.

경찰이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냐고 물었더니, 용돈을 달라고 했는데 자신을 무시해서 그랬다 이렇게 진술을 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

사건이 발생한건 나흘전인 지난 26일 오후 6시쯤입니다.

평화롭던 아파트의 정적을 깬 건, 갑작스럽게 울린 화재 경보음이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경비실에 있었는데 비상벨이 울려서 문을 여니까 저 집에서 벌써 연기가 나더라고. 불빛이 나오더라고."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옷 타는 냄새가 나더라고. 불빛이 거기서 막 솟았거든요. 연기가 자욱해서 옆집까지 연기가 갔었다고요."

불이 난 건 아파트 1층.

80대 할머니와 50대의 아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세대였습니다.

평소 할머니의 거동이 불편한 걸 알고 있었던 아파트 경비원은 급하기 소화기를 찾아들고 허겁지겁 화재 현장으로 뛰어갔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 (음성변조) : "(119) 신고를 하고 여기 있는 소화기를 가지고 뛰쳐나가서 유리를 깨고 소화기를 뿌렸어요. 불이 바깥으로 뻗어 올라가더라고. 윗집으로"

신속한 진화 작업 덕분인지, 다행히 불은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에 있을지 모를 사람이 문제.

경비원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집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부딪힙니다.

<녹취> "우리 계장님이 앞으로 뛰어나가서 문을 열고 할머니가 계시니까 할머니를 꺼내는데 아들이 제지해서 아들이 못 들어오게 방해를 오질 못하게 (하더라고요.)"

할머니를 구하려는 일행을 오히려 막아섰다는 아들.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결국, 상황은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수습됩니다.

<인터뷰> 박안범(소방위/금호 119안전센터) : "입구에 도착하니까 대문은 잠겨있고 옆에 창문이 열려있더라고요. 그래서 대원 한 명이 창문 넘어서 들어가서 이제 문을 열었는데……."

창문을 통해 집안에 들어간 소방대원은 남아 있던 불을 끈 다음 급하게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고령의 할머니는 안타깝게도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습니다.

<인터뷰> 박안범(소방위/금호 119안전센터) : "저희가 볼 적에는 호흡이 감지 안 됐고 구급차로 인계해서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에 이송했다고 들었는데……."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화재.

그렇다면 이 불은 대체 왜 일어난 걸까?

화재 조사 결과, 불이 시작된 곳은 현관 입구와 베란다 등 두 곳으로 밝혀졌습니다.

발화점이 여러 군데라는 건, 누군가 고의로 불을 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

<인터뷰> 박안범(소방위/금호 119안전센터) : "제가 현장을 많이 가본 경험으로는 대문 앞에서 (자연적으로) 불이 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적고 베란다에서 크게 불날 수 있는 확률은 내가 볼 적에는 크지 않았습니다."

119와 함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당시 불이 난 아파트에서 얼굴이 그을린 채로 나오는 수상한 50대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숨진 할머니의 아들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검거된 아들은 자신이 불을 지른 사실을 순순히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불은) 1차적으로 현관이었고 2차가 베란다 있는데, 거기서 난 겁니다. 자기가 불을 라이터로 놨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들은 왜, 어머니가 있는 집에 불을 지른 걸까?

그 이유가 좀 뜻밖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집에서 용돈 달라고 그랬다. 그런데 정신병자 이런 식으로 (취급)하니까 화가 나서 불을 놨다."

80대 노모에게 용돈을 요구했다는 아들.

주민들의 얘기를 좀 더 들어봤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음성변조) : "고통 많이 받으셨어. 그 아들 때문에. 내가 발로 차는 것을 현실로 봤어. 그렇게 욕을 했어."

<녹취> 동네 주민(음성 변조) : "그전에도 엄마 뚜드려 패가지고 팔 부러뜨려놓고 그랬다더라고"

경찰은 50대 아들을 방화 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비슷한 범죄는 얼마 전에도 있었습니다.

그제, 청주지방법원에서는 80대 노모를 흉기로 찌른 5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올 초, 역시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모를 폭행하고, 흉기까지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달에는 재산 문제로 다툼 끝에, 부모를 살해한 다음 불을 지른 30대 남성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경남 마산에서는 역시 돈을 주지 않는다며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둘러 숨지게 한 20대 아들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 당신이 나를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양이 됐다 원망하는 분노의 감정이 있다는 얘기죠. 부모님도 힘이 떨어졌잖아요. 그러니까 쉽게 폭행하고 폭력 행사하고 불을 지르고 아니면 살해하는 이런 경우까지 간다는 얘기죠."

전문가들은 가정 문제는 가정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사회 분위기도 이런 패륜 범죄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염건령(교수/한국범죄학 연구소) : "공격하는 대상이 자녀라 하면 그런 부분도 너무 관용을 베풀지 마시고 경찰관서나 사회복지사나 노인복지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게 기본적으로 방어책을 마련하는 상식선에의 대비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지난해 경찰에 집계된 존속 폭력 범죄는 모두 1,19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급격한 가족 공동체의 해체 속에, 한 번쯤 되짚어 봐야할 통계로 보입니다.

이승훈기자 (hun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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