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5시 경기에 뿔난 농구팬, 'KBL 독재' 원성

김희선 2015. 3.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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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희선]

울산 모비스 농구팬들이 한국농구연맹(KBL)의 행정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쏟아냈다.

모비스는 2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1차전 원주 동부와 경기를 치러 64-54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모비스는 그동안 좋은 성적 덕분에 마주할 일 없었던 당황스러운 해프닝과 맞닥뜨렸다.

사건은 하프타임 때 일어났다. 모비스가 2쿼터를 37-28로 앞선 채 마무리했을 때 모비스 벤치 측 2층 관중석에 현수막 3개가 내걸렸다. 내용은 하나같이 강경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KBL의 무능 행정' '소통없는 독재정치 김영기는 물러나라' '먹고 살기 바쁜 평일 5시가 웬말이냐'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었다.

불만의 이유는 명확했다. 갑작스레 변경된 챔피언결정전의 시간에 대한 성토였다. KBL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이틀 앞둔 지난 27일 경기 시간을 갑자기 변경, 발표했다. 1차전 주말 경기가 오후 4시에서 7시로 변경됐고 31일 열리는 2차전 경기는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로 각각 변경됐다.

1차전의 변경은 이번 주말 개막한 프로야구와 관계가 깊다. 축구의 서울 이랜드FC가 야구 시간을 피해 이례적으로 낮 12시에 경기를 치른 것과 마찬가지로 야구가 끝난 후인 오후 7시로 결정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31일 2차전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메인 스폰서인 KCC가 요구한 공중파 중계권 문제가 얽혀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찌됐든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이 피해를 본 것은 팬들이다. 모비스는 자체적으로 4강 플레이오프 기간에 챔피언결정전 예매를 오픈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환불해야할 위험부담을 지고 시작한 예매다. 그런데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결정된 다음날 갑자기 시간이 오후 7시에서 오후 5시로 바뀌면서 1200여 장 가까이 팔려나갔던 표가 취소표로 인해 700여 장으로 줄어들었다. 아직 취소하지 않은 인원을 고려하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팬들로서는 분통을 터뜨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평일 오후 5시 경기는 사실상 관중수 확보를 포기하는 결정이나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직장인이 최소 6시에 일을 마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5시에 시작하는 경기를 볼 수 있는 확률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더군다나 이미 오후 7시로 알고 티켓을 예매한 팬들은 갑자기 변경된 일정에 할 말을 잃었다. 안방에서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 경기를 눈 뜨고 놓치게 된 울산 팬들의 분노가 현수막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셈이다.

하프타임 때 등장한 현수막은 KBL 관계자의 제지로 사라졌다. 그러나 4쿼터 막판, 모비스의 승리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등장했다. 시즌 티켓을 구매한 모비스 팬들이 주축이 되어 '농구 볼 권리'를 주장하며 항의를 펼친 것이다. KBL 측 사람이 이 현수막을 제지하려다 팬이 가벼운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쏟아지는 야유와 비난 속에서도 KBL은 침묵했다. 이런 사태를 예기라도 했던지 김영기 KBL 총재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임에도 울산을 찾지 않았다.

모비스 역시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으로 인한 피해자다. 양동근 역시 "농구인으로서 아쉽다. 평일 5시에 오실 수 있는 분들이 거의 없지 않나"라며 "농구가 재미있으면 농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경기를 보실 것이다. 굳이 피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구단 관계자 역시 "일부 팬들은 2차전 때 경기장을 찾지 않는 것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일 오후 5시, 경기장을 찾을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에 펼쳐지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선수나 구단의 마음은 씁쓸할 수 밖에 없고 팬들의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팬을 위한 잔치가 되어야할 챔피언결정전이 '그들만의 잔치'가 될 위기에 처한 이 상황을 책임져야할 이는 누구일까. 확실한 것은 1차전 동천체육관을 가득 채운 6629명의 관중들을 2차전 때는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울산=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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