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훈의 파격 '가드 전환'..'만수'의 숨은 속내

입력 2015. 3. 30. 06:03 수정 2015. 3. 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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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서민교 기자] "함지훈, 너 가드 봐라!"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 2015-16시즌부터 함지훈의 포지션 전환을 예고했다. 놀라운 파격이다. 함지훈은 포워드와 센터를 오가는 포지션. 유 감독의 속내는 뭘까.

함지훈의 가드 포지션 전환은 유 감독이 농담으로 던진 말이 아니다. 어느 정도 진심이 담겨 있다. 단 공격에 한해서다.

유 감독은 29일 원주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다음 시즌에는 함지훈을 가드로 돌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지훈이한테 상대 선수를 끌고 나와서 플레이를 하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돼서 아예 가드를 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함지훈은 초등학교 시절 가드로 시작했다. 이 시절이 마지막이다. 이후 포워드로 전향해 빅맨으로 성장했다. 프로에 입단한 이후에도 공식적으로 포워드-센터-포워드 포지션으로 변경만 됐다.

그러나 함지훈에게 가드의 감각은 남아 있었다. 함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이 때문. 시야가 넓고 패스 능력이 탁월하다. 핸들링이 좋아 볼도 쉽게 빼앗기지 않는다. 아껴서 문제인 슈팅 능력도 좋다.

유 감독도 함지훈의 이런 능력이 아깝다. 유 감독은 "지훈이는 슛과 패스 능력이 좋아 2번(슈팅가드)도 충분히 가능하다. 장점이 많은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이 몇 년 전부터 함지훈에게 슛을 많이 쏘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함지훈의 체중은 100~103kg을 오간다. 운동능력도 뛰어나지 않다. 스피드보다는 센스로 농구를 하는 타입이다. 체중 감량까지 하면 금상첨화.

하지만 유 감독은 함부러 체중 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 먹성 좋기로 소문난 함지훈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 유 감독은 함지훈에게 콜라 금지령까지 내리기도 했다. 유 감독은 "90kg대로 줄이면 더 날렵해지긴 할 것"이라면서도 "지훈이가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지금도 100kg을 유지하기 힘들어 한다. 90kg대로 가면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함지훈은 90kg대로 체중 감량을 할 생각이 없다. 함지훈은 "대학 때 90kg대로 살을 뺐었는데 탄력과 스피드가 전혀 늘지 않았다. 오히려 농구도 더 안됐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내 적정 체중은 103~105kg이다. 다만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체중 조절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유 감독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유 감독은 함지훈의 현재 체중이 100~101kg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함지훈은 "지금 내 몸무게는 105kg이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일부러 살을 찌웠다. 감독님과 코치님도 모르신다"며 "살이 쪘는데도 티가 나지 않지 않냐"고 웃었다.

유 감독의 본심은 완전한 가드 전환이 아니다. 소극적인 함지훈이 외곽까지 나올 경우 상대 수비는 혼란스럽다.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공격 옵션이 가능하다.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함지훈의 적극적인 공격력을 유도하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함지훈도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이 뭔지 안다. 포스트업은 내 장기다. 안에서는 센터, 밖에서는 가드 역할을 원하신다. 감독님도 '밖에 있을 때는 가드라고 생각하고 해라'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유 감독의 의중도 정확히 파악했다. 함지훈은 "(양)동근이 형이 상대 수비에 압박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체력을 아끼기 위해 도와주라는 의미다. 그래서 내가 드리블을 치고 넘어올 때도 있다. 더 움직이면서 (가드 역할을)배우고 있다"며 "난 동근이 형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동근도 "지훈이는 내‧외곽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선수다. 패스도 좋다"고 인정했다. 함지훈도 "형, 내가 형 보조할게"라며 자신감도 부쩍 붙었다.

유 감독이 챔프전 긍정 요소로 뽑은 선수 역시 함지훈이다. 유 감독은 "함지훈과 이대성이 라운드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 긍정적 요소다. 체력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내다봤다.

함지훈은 챔프 1차전에서 1쿼터에만 3점슛 2개를 성공시키는 등 14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 전반은 유 감독이 원했던 함지훈의 공격력이다.

다음 시즌 함지훈의 가드 전환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과거 현주엽 MBC스포츠+ 해설위원이 현역 선수 시절 '포인트 포워드'라는 별명을 달았던 사례는 있다. 함지훈은 조금 다른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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