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나온 코닝..노조 사찰·회유 문건 확보

2015. 3. 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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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지난해 삼성에서 분리된 코닝정밀소재가 노조원들을 사찰하거나 개별 접촉을 통해 노조 탈퇴를 회유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CBS노컷뉴스가 코닝정밀소재 노조를 통해 입수한 '체계적인 조직관리 방안' 문건에는 생산라인 관리자가 직원들의 노조 활동 상황 등을 파악한 내용이 담겨 있다.

관리자는 직원들의 가족관계와 학력, 대인관계는 물론 'NJ가입경로', 'NJ가입 및 미 탈퇴 사유'를 기록하면서 '전략적 관리방안'까지 마련해 윗선인 그룹장에게 보고했다.

노조를 'NJ'로 표기한 것은 지난달 삼성일반노조가 공개한 삼성SDI 문건과 일치하고, 조합원에 대한 정보를 백과사전식으로 정리해 '조직관리 방안'을 수립하는 점 등은 그간 폭로된 삼성의 노사전략과 닮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 "퇴근 후 샤워하고 귀가", "탈퇴 안 한다고 한다" 시시콜콜 기록

문건을 보면, '업무 외 NJ활동에 대한 상시 근태 및 일상면담 기록관리 철저', 'NJ활동에 있어 면담 등으로 접근할 경우 오히려 더 강성으로 갈 수 있는 것으로 보임, 지켜보면서 인성적으로 관리가 필요할 것' 등의 문구가 등장한다.

'부부 맞벌이 상황에서 관절염 수술을 받은 모친을 누가 모실지를 놓고 같은 회사 소속으로 승진이 더 빠른 동생과 갈등을 빚고 있다'거나, '퇴근 후 항상 회사에서 샤워를 하거나 운동을 하고 귀가한다'는 사생활도 관리자는 꿰고 있었다.

특히 '14.11.15 NJ창립 1주년 퓨전빌 모임 참석', '15.03.01 NJ교육 참석(직장에게는 참석 안한다고 하고 참석함)' 등의 기록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노조 행사 참석 여부를 꾸준히 살폈다는 흔적이다.

노조에 가입돼 있지만 회비를 내지 않거나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 않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탈퇴 여부를 이야기했으나 안한다고 한다"는 기록도 '전략적 관리방안'에 담았다.

전향 가능 여부로 직원 성향을 구분해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인데,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인사고가철이나 승진시기에 맞춰 조합원들을 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건 작성자, "미행도 따라붙는다" 고백

문건을 작성한 생산라인 관리자는 노조원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상부에 보내 회의자료로 썼다"고 인정하면서 "미행도 따라 붙는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이 관리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룹장(팀장)이 달라니까 줬다"면서 "노조 탈퇴를 회유한 적도, 미행한 적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코닝노조는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이 코닝 본사로 넘어가기 전인 2013년 11월 설립됐으며, 당시 600여 명에 이르던 조합원 수는 삼성과의 분리 이후 300명대로, 최근엔 100명 대로 급감했다.

지난해 1월에는 노조가 사측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서, 또다시 '반노조' 정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된 것.

코닝노조 신영식 위원장은 이번 문건과 앞서 삼성 내부에서 폭로된 문건 사이 유사성을 언급하며 "삼성이 아니었더라면 어느 회사가 이런 문건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말하고, "'무노조 경영' 방침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건 코닝이 삼성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닝 사측 관계자는 "현장관리자가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해 평상시 면담한 기록"이라고 해명하면서 "지시를 내린 일이 없고, 미행을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도 "코닝은 분리된 지 오래고, 우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appl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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