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축협 조합장 비리 후보 신고자, 신분 노출로 사직 위기

박경우 2015. 3. 3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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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후보 재선되자 궁지에 몰려, '공익제보자 신분 노출' 감찰 필요

"불법선거를 보고 어렵게 신고했는데 이제는 제가 축협을 그만두게 생겼습니다. 가족들까지 너무 힘이 드네요."

3ㆍ11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 사골세트를 돌린 비리 후보를 신고한 축협 직원이 신분 노출로 사직위기에 내몰렸다. 선관위와 경찰은 서로 자신들이 노출시킨 게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으나 해당 기관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함평선관위와 함평경찰서 등에 따르면 함평축협 직원 A씨는 자신이 속한 축협조합장 B씨가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 사골세트(3만5,000원 상당) 300여개를 배포했다고 1월 16일 함평선관위에 신고했다.

A씨는 선관위와 경찰 조사에서 B조합장이 나주에서 원가 기준 300만원어치의 사골을 구입해 함평축협 육가공실에서 300여개의 상품으로 재포장한 뒤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B조합장이 이후 100만원어치의 사골을 추가로 구입했다며 사골 구입명세표를 함께 제출했다.

즉각 조사에 나선 함평선관위는 함평축협에 폐쇄회로(CC)TV 등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축협이 거절하자 검찰에 B조합장을 고발했다. 검찰의 지휘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26일 함평축협 사무실과 B조합장의 자택 및 차량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해 CCTV 영상과 자료를 확보했다.

A씨는 "조사가 시작되자 조합 간부들이 '조합장 돈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조합원 용 선물을 사는 데 쓰는 '지도사업비'로 사골을 구입한 것으로 진술하라'고 직원들을 종용했다"면서 "CCTV도 새 것으로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같은 회유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경찰에 전달했다.

하지만 B조합장은 재선에 성공했고 이후 조사과정에서 A씨의 신고 사실이 노출되고 말았다. A씨의 한 동료는"선관위, 경찰에 직원들이 불려 다니면서 A씨의 신분이 거꾸로 알려지게 된 것 같다"면서 "A씨는 친한 동료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는 생각에 사람을 피하고 있으며 12년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신고를 접수한 기관은 공익신고자의 인적 사항을 비밀로 보장해야 한다. 선관위와 경찰을 상대로 A씨의 신분노출 경위를 감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신원이 노출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교체 전 CCTV 화면을 복원했고 선물을 받은 조합원 80여명에 대한 조사도 마쳐 혐의사실 입증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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