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장례식장서 영업하려면 '곡소리' 난다

유명식 2015. 3. 3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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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부 병원, 하도급 업체들과 월 매출액의 일정비율 받는 계약

수수료율 50% 넘어가 65%까지, "100만원 벌면 65만원 가져가는 셈"

수익 어려워 서비스 질 저하 등 소비자에 피해 전가 불 보듯

지난달 12일 경기 수원시 A대학병원에선 장례식장의 꽃집 임대업체 입찰이 진행됐다. 병원이 4곳을 지명해 이뤄진 이날 입찰에서 '매출액의 65%를 수수료로 내겠다'고 써넣은 B업체가 선정됐다. 이 업체는 A병원이 110억원을 들여 개축한 장례식장을 5월 개장하면 국화 제단(祭壇) 등을 공급하게 된다. 경쟁 업체들은 "100만원을 벌면 65만원을 그대로 병원에 바쳐야 하는데 도저히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일부 사립대 병원들의 하도급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월 고정 임대료 방식에서 월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받는 수수료 형태로 계약을 바꾸는 것도 모자라 수수료율도 '폭탄'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결국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9일 수도권 대학병원들에 따르면 일부 대학병원 장례식장이 하도급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이 매출액의 무려 50%를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수료율 65%에 꽃집 하도급 계약을 맺은 A대학병원의 경우 지난 1월 조리장(음식) 수수료율도 기존 35%에서 무려 20%포인트나 올려 새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입점 업체가 6,000원짜리 사골우거지탕 한 그릇을 조문객에게 제공하면 3,300원을 병원이 가져가는 셈이다. 나머지 2,700원에서 이윤 등을 빼면 조문객은 1,000원 안팎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꼴이다.

A병원은 이달 초 임대료 방식의 편의점도 수수료 방식으로 바꾸고 새 업체를 공모해 뽑았는데 이 업체의 수수료율도 39%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A병원은 장의차량 역시 수수료율 35% 수준에서 현 업체와 재계약 했고, 커피전문점 등 나머지 업체들도 수수료율 방식으로 공모 중이다. 이 병원 하도급업체들은 "업종별로 다르지만 병원이 내부적으로 정한 최소 수수료율(예정가격)이 매출액의 30~40%에 달해 응찰가를 무리하게 높여 쓸 수밖에 없다"면서 "매출이 안정적이어서 계약을 하긴 했지만, 인력을 줄이고 재료의 단가를 낮추거나 재활용 해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병원은 "업계의 전반적인 수수료율 수준을 반영해 예정가격을 산정한 것"이라며 "소비자가를 올리는 것은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예정가격 공개는 영업비밀이라며 거부했다.

수수료율 폭리는 비단 A병원만의 병폐는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성남 B대학병원 장례식장 조리장(음식) 등의 수수료율은 30%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시의 C대학병원 관계자도 "50%를 넘는 곳이 많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하도급 업체들은 이 때문에 소비자와 영세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수료율 제한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담합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민간의 자율적인 시장을 단속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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