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베가 아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2015. 3.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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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일본 민영방송 TV아사히의 간판 뉴스 프로 '보도스테이션' 생방송 도중, 평소 아베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유명 해설자가 "방송국 회장 압력으로 오늘부터 못 나오게 됐다"며, '나는 아베가 아니다(I am not Abe)'라고 프린트한 종이를 카메라 앞에 들어 보이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말리는 사회자와 10분 가까이 설전을 벌였다.

이 해설자는 고가 시게아키(古賀茂明·60)씨다. 도쿄대 법대 졸업 후 1980년 경제산업성에 들어가 줄곧 엘리트 코스를 걸었지만, 공무원 개혁 등을 둘러싸고 상관들과 마찰을 빚다 2011년 옷을 벗었다. 이후 관료사회를 파헤친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쓰고, 여러 민영방송에 해설자로 나와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날 방송에서 사회자 후루타치 이치로(古&#33304伊知郞·61)씨가 중동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고가씨는 대답 대신 갑자기 "하야카와 히로시(早河洋) TV아사히 회장 등 간부들 의견으로 그만두게 됐다"면서 "그동안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포함해 총리 관저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지만, 여러분이 그런 공격을 웃도는 응원을 해주셔서 재미있게 방송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라"고 제지하고 "방송국이 그만두게 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고가씨는 빙긋 웃으며 "(사회자가 방송 전 분장실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씀하신 내용을 전부 녹음해뒀다"고 했다.

그는 '원전 수출 대국·무기 수출 대국·도박 대국'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아베 정권의 최근 정책을 비판한 다음, 준비해온 두 번째 종이를 펼쳤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나는 아베가 아니다'라고 프린트한 종이를 들고, "뒤에서 압력을 가하는 짓은 그만두라"고 말했다.

방송 뒤 TV아사히는 "(고가씨가 그만두는 건 사실이지만) 해설위원 자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 혼란을 드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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