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봄만 되면 '길 잃는 사람' 급증 왜?

박미라 기자 2015. 3. 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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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만 되면 제주에서는 길을 잃었다는 신고가 급증한다. '고사리' 때문이다. 지난해 4월28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고사리를 따러 간 ㄱ할머니(69)가 밤 늦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ㄱ할머니는 밤 10시13분쯤 수색 끝에 발견됐지만 늦은 시간까지 길을 잃고 헤맨 탓에 저체온증으로 곧장 병원으로 실려갔다. 지난해 4월12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인근에서 ㄴ할머니(73) 등 3명이 고사리를 따던 중 길을 잃었다며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지난해 발생한 135건의 '길 잃음' 사고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79건이 4월과 5월인 봄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고 유형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73건이 고사리를 채취하다 길을 잃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오름등반(21.5%), 올레길 탐방(3.7%) 순이다.

제주 고사리는 중산간(해발 200~600m)의 습한 곳에서 자라 크고 굵으면서도 연하고 부드럽다. 품질은 임금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전국 최고로 꼽힌다. 이렇다보니 고사리 채취 제철인 4~5월만 되면 새벽부터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고사리를 따기 위해 제주의 들녘과 숲을 누비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문제는 고사리를 따는 데만 집중하며 산속을 헤매다 결국 길을 잃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소방안전본부는 매해 고사리 채취에 따른 실종 신고가 반복돼 4~5월에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고사리를 따러 갈 때는 여럿이 동행하고 휴대전화, 호각 등 연락 가능한 장비를 휴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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