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골프, 부인.. 홍준표 지사의 '이상한' 출장

2015. 3. 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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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해외출장 중 호텔 대신 주아무개씨 집에 머물러.. 의혹 제기하는 야당

[오마이뉴스 지용민 기자]

지난 19일 해외출장을 떠났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홍 지사는 몇 가지 사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해명해야 했다.

그는 '무상급식'으로 출장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출장을 가서도 평일 오후에 골프를 친 사실이 현지인의 제보를 통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실시간 검색 1위를 기록하는 등 시끄러웠다. 도대체 그의 미국 출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규정에 맞게 '비즈니스석' 탔다던 홍지사, 해외출장 '숙소'는 지인의 집

▲ 출장 중 현지언론에 출연한 홍 지사

미국 출장 중 홍준표 지사가 현지언론에 출연했다. <라디오코리아> 3월 26일자

ⓒ 라디오코리아갈무리

홍 지사와 부인은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현지 호텔이 아닌 주아무개(58)씨 집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가 주씨 집에 머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년 도지사 취임 후 첫 미국 출장 때에도 홍 지사 부부는 주씨 집에 머문 것으로 언론은 다뤘다.

이에 대해 정장수 경남도지사 비서실장은 "지인이 있는데 비싼 호텔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사님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 역시 지난 26일 미국 현지언론인 <라디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출장 와서 호텔에서 숙식하고 렌트 차량을 이용하면 1주일에 1만불이 소요된다"며 "공무원 출장 규정대로 하면 여기 와서 몇 만불 써야 한다"고 말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지인 집에 머물렀다'는 홍 지사의 해명이 이상했는지 <라디오코리아> 진행자가 '경비를 아낀다는 취지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을 제공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할 수 있다'고 반문하자, 홍 지사는 "지인 집에서 숙식을 하고 나면 '실비'를 주고 나온다"며 "내 개인 돈으로 주고 나옵니다"라고 해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18일 오전 경남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나 무상급식 예산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뒤, 나오면서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출장 규정'을 언급하며 해명한 홍 지사의 주장은 그러나 '비즈니스석' 탑승을 해명하는 대목과 충돌한다. 지난 18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무상급식 설전을 벌인 후 두 사람은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홍 지사는 비즈니스석을, 문 대표는 이코노미석을 각각 이용했다. 이 내용은 언론에 제법 비중 있게 보도됐다.

이 내용이 신경 쓰였던지 홍 지사는 출장 중인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행기 비즈니스석은 공무원 출장 여비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것이 비난의 구실이 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이코노미를 타는 '정치쇼' 기술을 좀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홍 지사에게는 두 가지 출장 규정이 존재하는가. 국내 출장에서는 '공무원 출장 여비 규정'에 따라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고 밝히고, 비슷한 시기 해외 출장에 가서는 "공무원 출장 규정대로 하면 몇 만불 써야 한다"며 지인 집에 머물렀다. 현지언론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하자 '머무르고 나올 때는 자신의 돈으로 실비를 주고 나온다'고 답했다.

홍 지사 부부가 신세를 진 주씨가 바로 금요일 골프회동에서 홍 지사로부터 '접대'를 받은 사람이다. 주씨는 홍 지사의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일 골프'가 비공식 비즈니스... 국내선 징계사유

▲ 17명이 함께 간 출장... 3월 20일 일정은

홍준표 지사의 미국 출장 계획이 담긴 자료.

ⓒ 노컷뉴스갈무리

홍 지사 측이 언론에 제공한 '미국방문 계획서'를 보면 3월 20일 홍 지사의 일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언론에 공개된 미해병대 1사단 방문이고, 다른 하나는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멕시코 시장 빅바이어 면담'이다. 이 빅바이어와의 면담 관련해서는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 없다.

2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홍 지사 부부는 위에 언급했던 주씨와 또 다른 인물과 함께 골프를 쳤다. 이 사실이 논란이 되자 경남도는 '미국에서는 금요일 오후부터는 사실상 주말'이라고 해명했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홍 지사 역시 이와 관련해 미국현지에서 두 차례 해명했다. 홍 지사는 국내 여론을 감지한 탓인지 '사실상 주말'이란 발언은 하지 않았다. 26일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출장 중 금요일 오후에 골프를 했다는 것은 사려 깊지 못했던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고 '사실상' 사과했다.

같은 날 현지 언론인 <라디오코리아>에 출연해서는 "한국 같으면 그런 생각을 했겠나. 골프는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고 말한 뒤 "미국인데 금요일 일정을 다 마쳤는데 갈 곳이 어디 있는가. 숙소로 돌아가 쉬면 공무고, 밖에서 초청에 응해서 골프 치면 비난을 받아야 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진심으로 한 사과는 아닌 듯싶다. 28일 귀국한 홍 지사는 골프와 관련해 '비공식 비즈니스'로 규정하며 "내가 접대했다"고 당당히 밝혔다. 야당 등에서 제기한 책임론과 관련해서는 "(내가)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느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홍 지사가 목소리를 높일 일인가. 경남도가 공개한 홍 지사의 '미국방문 계획서'의 3월 20일 일정을 보면 그 어디에도 '골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평일 오후인 2시부터 6시까지 골프를 쳤다.

평일 오후에 골프장에 가 공직자 의무규정을 위반한 이유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여러 명이다. 징계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미국 출장에 가서 한 만큼 그에 합당한 책임 있는 행동도 요구된다. 당당할 일이 아닌 것이다.

자신은 '공무', 집사람은 '사무'라더니... 평일 골프도 동행한 집사람

홍 지사의 이번 미국 출장에는 부인인 이순삼씨도 동행했다. 20일 오후 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딩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확인됐다.

부인과의 동행출장에 대해 홍 지사는 당당하다.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는 "(부인은) 사비로 가기 때문에 시비 걸릴 일도 없지요. 외국의 경우 부부동반출장이 원칙인데 우리나라는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그 반대이지요"라면서 너그럽게 이해해줄 것을 바랐다.

홍 지사는 <라디오코리아>에서도 부인과 동행한 것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공무 출장으로 나갈 때, 여러 사람이 같이 갈 때에는 대동을 안 하고 단독으로 갈 때에는 꼭 집사람을 데리고 간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정치하는 동안 늘 그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홍 지사는 "나는 공무를 보고, 집사람은 친지를 만나서 사무를 본다"고 덧붙였다.

그의 해명에는 이해되지 않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홍 지사가 부인과 동행한 질문이 나오면 꼭 하는 말이 있다. '단독 출장'이 그것이다. 지난 26일 페이스북에서도 홍 지사는 "해외 장거리 단독출장 시에는 대부분 사비를 들여 집사람과 같이 갑니다"고 말했고 미 현지언론과도 "단독으로 갈 때에는 꼭 집사람을 데리고 간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공개한 홍 지사의 '미국방문 계획서'를 보면 이번 홍 지사와 함께 미국 출장을 간 인원은 도지사를 포함한 공무원 12명과 수출업체 5명 등 도합 17명이다. '단독 출장' 때에만 동행시킨다던 부인은 이번에도 동행했다. 17명은 그가 표현한 여러 사람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단독 출장'이기 때문인가.

또 다른 의문으로는 '나는 공무, 집사람은 사무'를 본다는 대목이다. 말 자체로는 문제되지 않는다. 자신의 돈을 들여서 개인업무를 볼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논란이 된 지난 지난 20일 골프 라운딩은 평일 오후에 발생한 일이다. 홍 지사는 이날 모임을 '비공식 비즈니스'라고 했는데 부인과 동반 라운딩을 한 것이 밝혀졌다. 이는 사무인가? 공무인가?

숙소, 골프, 부인... 홍 지사, 분명히 해명해야

정리해 본다. 그는 부인과 함께 미국 출장을 갔다. 부인과 함께 지인 주씨의 집에서 숙식을 했고 차량 역시 주씨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그 주씨에게 골프를 '접대'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당장 홍 지사와 주씨와의 관계를 묻고 있다.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 지사가 미국에 갈 때마다 주씨가 홍 지사를 케어했다"면서 "미국 현지에서는 주씨와 홍 지사가 특수관계라는 믿을 만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이번 출장 일정은 주씨를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홍 지사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 주씨 집에 체류했다고 설명했다. 주씨 집을 이용하고는 '실비'를 자신의 돈으로 지급한다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향후에도 그의 미국 출장과 관련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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