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는 왜 제게 소송을 걸었을까요?

2015. 3. 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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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The) 친절한 기자] 한겨레 기자, 2년 소송 전말기

진주의료원 폐원 관련 기사 쓰자 1억원 손배소1, 2심 기자 손 들어줘…홍 지사 3심 상고 안해 확정언론 재갈 물리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의 전형'무상급식 중단' '출장 골프' 비판기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요즘 '경남발 무상급식 중단 사태'와 '미국 출장 골프 파문'으로 이래저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경남도 출입기자를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체계의 기본틀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와 관련해 제가 쓴 기사를 문제 삼아 저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었습니다. 18개월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검사 출신'인 홍 지사를 꺾은 제가 직접 이 소송의 시작과 끝을 소개하겠습니다.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 취임 60여일 만인 2013년 2월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진주의료원은 1910년 9월 자혜의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우리나라 대표적 공공의료시설로, 2008년 옮겨서 새로 지은 건물에 203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남도는 "갈수록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파산하게 될 것이므로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나중엔 "진주의료원을 강성귀족 노조의 놀이터로 둘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홍 지사의 선거공약이었던 '경남도청 서부청사 진주 설치'를 위해 폐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으나, 홍 지사와 경남도는 "환자들을 모두 퇴원시킨 뒤 폐업을 하고, 시설을 팔아 빚을 갚을 방침"이라며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환자들은 쫓겨나다시피 진주의료원을 떠나야 했고, 퇴원을 거부하는 환자 가족은 소송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절차를 완료한 이후 이 시설을 팔기는커녕, 애초 의혹대로 경남도청 서부청사를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시설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에 진주의료원 입원 환자와 직원들은 물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많은 시민단체들이 "서민들을 위한 공공의료시설의 적자는 '착한 적자'"라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회도 경남도에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철회와 정상화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경남도는 이를 모두 무시하고 휴업과 폐업 신고를 강행했고,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있는 경남도의회는 2013년 6월11일 '진주의료원 법인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결국 국회는 여야 합의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를 6월12일부터 7월13일까지 32일동안 벌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누리당 9명, 민주당 8명, 비교섭단체 1명 등 국회의원 18명이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러나 경남도는 "지방의료원 사무는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이기 때문에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저는 2013년 6월21일치 <한겨레> 6면에 칼럼 '홍준표 지사의 국정조사 피하기 꼼수' 를 실었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지금까지의 정면돌파식 모습과는 딴판으로 회피적이고 얕은 수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라고 국정조사를 피하려는 홍 지사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2013년 7월16일 "허위의 사실을 진실인 양 전제하고 적시하여 독자들의 판단을 그르치게 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경남도지사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역시 저 개인을 상대로 1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5월28일 재판부는 "이 사건 기사에서 의견표명을 함에 있어 전제로 삼은 사실들은 진실이거나 피고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해, 소송을 당한 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국정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경남도가 거부했지만, 국회는 국정조사를 실시해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통해 제가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사실이라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그러나 홍 지사는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7월29일 항소했습니다. 홍 지사는 "(기자가) 허위사실을 전제로 하여 사적인 감정을 담아 인신공격적이고 악의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언론을 사유화"했다고 항소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월22일 "원고의 사건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며 역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결국 홍 지사는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기한인 지난달 9일까지 상고하지 않았고, 홍 지사 개인이 저 개인을 상대로 1억원을 요구하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원고 패소, 피고 승소로 완전히 끝났습니다. 법원은 지난 25일 홍 지사에게 1심과 2심 재판을 진행하며 지출된 피고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며 소송비용액확정 결정을 했습니다.

기관장이 언론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출입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특히 기관이나 기관장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언론사가 아닌 기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은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홍준표 지사는 왜 그렇게 했을까요?

홍 지사가 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직후, 이 소송은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피해당한 만큼 금전적 배상을 받으려는 일반적 민사소송과 달리, 금전적 배상보다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주목적인 소송이 '전략적 봉쇄소송'입니다. 기자를 상대로 할 때는 '언론 재갈 물리기'가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부정적 보도를 하면 소송당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본보기로 삼은 것이죠.

이 때문에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홍 지사를 비판하며, 저에게 많은 힘을 보태줬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기자회견을 열어 저에게 무료변론을 해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 모임 소속 변호사에게 변론을 의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한겨레>가 수임료를 지불했습니다. 민예총·민언련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세차례나 일일주점을 열어 저를 격려해 줬습니다. <경남도민일보> 등 지역신문엔 20여차례에 걸쳐 저를 지지하는 의견 광고가 실렸습니다.

저의 소송대리인이었던 하귀남 변호사(법무법인 마산 대표)는 "만약 소송에서 1%라도 질 가능성이 있었으면 무료변론을 하겠다고 자신있게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송은 결코 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법조인 출신의 홍 지사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경남발 무상급식 중단 사태'와 '미국 출장 골프 파문'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홍 지사가 잘했다는 기사는 거의 없고, 비판기사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쓰는 기사 역시 대부분 홍 지사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홍 지사께선 이 기사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민심을 담아내는 지도자가 될지, 아니면 민심을 이끌어내는 지도자가 될지는 홍 지사가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비판적 기사에 대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의적 보도라고 여기지 마시고, 언론을 통해 민심을 전달받는다 생각하시고, 달게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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