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웰은 왜 참았고 전자랜드는 왜 울었나

2015. 3. 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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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27일 오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의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인천 전자랜드의 주장 리카르도 포웰은 3쿼터 중반 상대의 두 차례 강한 충돌에도 꿈적없이 자기 자리를 지켰다.

김도명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더블 파울을 선언했다. 김도명 심판과 김주성, 포웰의 위치는 개기일식(solar eclipse)과 비슷했다. 김도명 심판의 위치에서 김주성은 잘 보여도 포웰을 잘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휘슬은 과감했다.

포웰은 두 차례 강한 충돌이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흥분하지 않았다. 충분히 흥분할 수도 있는 몸싸움이었다. 그러나 더블 파울이 불린 후에야 불만 섞인 감정을 표출했다.

포웰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구단 관계자는 말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유독 자주 흥분하는 포웰이 이토록 승리를 위해 집중한 적은 없었다고. 그가 참은 이유는 자신이 평정심을 잃으면 경기 결과는 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 더블 파울 장면을 언급하며 참고 견디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관계자의 말에 포웰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포웰은 "오늘은 정말 이기고 싶었다.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면 미국에 있는 와이프를 비롯해 친구들을 다 초대하려고 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자랜드는 동부에 70-74로 졌다.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패해 정규리그 6위 팀의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전자랜드에게 5차전 패배가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그동안 플레이오프에서 최종 5차전까지 가면 모두 패했다.

2008-2009시즌 6강에서 전주 KCC에게, 2011-2012시즌 6강에서 부산 케이티에게, 지난 시즌 6강에서 다시 만난 부산 케이티에게도 5차전 패배의 아픔을 당했다.

예전에는 5차전 패배 후 한숨과 아쉬움만 남았다. 올해는 달랐다. 전자랜드의 라커룸은 눈물 바다였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유도훈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다 목이 메였다.

예전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자랜드의 2014-2015 포스트시즌은 매경기가 드라마 같았다. 강호 서울 SK에 3연승을 거뒀고 정규리그 2위 동부를 격침 직전까지 몰고갔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의 말처럼 열심히 하는 팀이 잘하는 팀으로 발전해갔다. 그래서 선수들이 느끼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한숨 대신 눈물이 쏟아진 이유다.

모두가 떠난 전자랜드의 라커룸. 포웰과 정효근 만이 남았다.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국적은 다르지만 농구 선배와 후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 형과 동생처럼 지내던 둘이다. 포웰은 정효근의 앞날을 격려했고 정효근은 포웰과 다시는 함께 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던 모양이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더 이상 전자랜드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여운은 진하게 남아있다. 전자랜드는 강했다.

원주=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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