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오승환이 '끝판왕'인 이유
[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사카) 안준철 기자]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마터면 개막전 패전투수가 될 뻔했다. 그래도 끝판대장은 끝판대장이었다.
오승환(33·한신 타이거즈)이 개막전부터 가슴을 쓸어내렸다. 2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2015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개막전에서 9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면서 불안한 피칭을 했다. 4-4 동점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칫 패전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평소보다 빨리 마운드에 올라간 이유가 컸다. 한마디로 몸이 덜 풀렸다. 한신은 8회말 2사까지 주자를 내보내지 못한 채 1-4로 끌려가고 있었다. 선발 랜디 메신저가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지만, 한신 타선은 주니치 선발 야마이 다이스케에 6회까지 안타 1개만을 뽑아내며 꼼짝도 못했다. 다행히 7회 1점을 만회했지만, 8회초 수비에서 다시 한 점을 내준 상황이었다. 그러나 8회말 2사 이후 한신 타선은 리드오프 도리타니의 안타로 되살아났고, 니시오카의 적시타에 이은 고메즈의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한신은 메신저가 6회까지 던지고 벤치로 물러난 뒤 좌완 에노키다 다이키, 구와하라 겐타로가 8회까지 각각 1이닝씩 책임졌다. 동점 상황인지라 보통 안도 유야나 마쓰다 료마 등 올시즌 오승환의 앞에 나오는 투수들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승환이 곧바로 올라왔다. 오승환은 첫 타자 앤더슨 에르난데스와에게 모두 돌직구를 뿌렸다. 구속도 150km가 나오는 등 컨디션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지만,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다음 타자 마쓰이 마사토가 번트를 대다가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며 한숨 돌렸지만, 그 다음타자 고바야시 쇼헤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전매특허인 돌직구와 올 시즌 비중을 늘릴 것이라 선언한 투심을 하나 섞어 던졌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문제는 후속타자 오시마 쇼헤이와의 승부. 볼카운트 1B-1S에서 투심을 던졌다가 우전안타를 맞았다. 안타가 짧았기에, 2루주자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오승환은 다시 끝판대장으로 돌아왔다. 아라키를 2루 땅볼로 유도해, 홈으로 뛰어드는 3루주자를 잡았고, 모리노를 우익수 플라이로 돌렸다. 투구수 20개를 기록한 오승환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10회초 마운드를 마쓰다 료마에게 넘겼다. 한신은 10회말 공격에서 맷 머튼의 끝내기 안타로 5-4,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오승환으로서는 아쉬울 수도 있다. 동점상황에서 내려갔기 때문에 승리나 세이브 등을 챙기진 못했다. 물론 내용면에서는 멋쩍기만 하다. 그래도 오승환은 긍정적이었다. 경기 후 "반성을 해야겠지만, 팀이 이긴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겠다"고 말했다. 역시 마무리 투수다운 해법.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로서 안 좋았던 순간은 빨리 잊는 게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날 투구에도 아쉬움이 남지만 오승환은 위축되지 않았다. 긍정의 힘이 오승환을 한국과 일본을 모두 평정한 '끝판대장'으로 자리잡게 한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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