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간, 계산기 써도 될까요?

박은하 기자 2015. 3. 2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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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긴급조치', 수학포기자 구할까

▲ "고3 문과반, 한 반에 3명 정도만 수업 들어"성취도 1위, 흥미도 28위… 한국 수학의 두 얼굴

▲ "수학? 외계어 외우는 암기과목 아닌가요"계산기 사용이 답일까… 재미있는 수학 해법은

"수학요? 외계어를 외우는 암기 과목 아닌가요?" 고등학생 김진호군(가명·17)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원의 넓이'를 배울 무렵부터 수학이 싫어졌다. 원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은 반지름 제곱에 원주율(원의 지름 대비 둘레의 비율) 3.14를 곱하는 것이다. 곱셈을 두 번이나 해야 한다. 공식은 분명 알고 있는데 3.14를 곱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답이 틀린 적도 자주 있었다. 중학생이 되어서 원주율을 π로 표기하게 되자 기쁘면서도 허탈했다. 지루한 계산을 왜 했나 싶었다. 허탈한 기쁨은 잠시, 중학교 수학은 훨씬 더 어려웠다. 방정식, 함수, 미지수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숫자와 알파벳으로 이뤄진 교과서를 보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지금 수포자(수학포기자)의 갈림길에 있다.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쓴다면 최소한 3.14를 잘못 곱해서 틀리는 일은 없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수학요? 답이 분명한 과목이라 좋아요." 초등학생 신성준군(11)은 수학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문제 푸는 속도도 빠르고 답도 거의 척척 맞힌다. 신군은 "국어나 사회는 이렇게 보면 이게 답인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저게 답인 것 같다. 하지만 수학은 확실한 답이 있다.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는 짜릿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학 독후감 숙제나 그림에 숨겨진 수학적 원리를 찾아내는 시험은 신군도 부담스럽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데, 말로 써야 하잖아요.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요."

2013년 개정된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곱셈 문제. '4×5=?'이라고 제시하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직접 곱셈 문제를 출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스토리텔링 수학 교과부 예시·천재교육 홈페이지

한국 학생들과 수학의 이중적 관계다. '수학을 잘하지만 끔찍하게 싫어한다.' 2012년 65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비교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은 수학 과목에서 성취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흥미도는 28위를 기록했다. 온라인 교육업체 '아이스크림 홈런'이 회원 2만20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초등학생 응답자 61%가 수학 과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실제로 수학을 잘하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100점 만점에 30점을 넘지 못하는 학생들이 41%에 달한다. 고등학교 수학교사 윤민지씨는 "고3 문과반은 한 반에 3명 정도만 수업을 듣는다"고 전했다. 수학은 극소수를 위한 과목이 됐다.

교육부는 지난 15일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재미있는 수학을 위한 긴급조치다. 학습량을 줄이고 계산기 등 공학 도구를 수업 중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중 '계산기 사용'은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계산기를 쓰면 학생들은 무거운 수학의 짐에서 해방될까. 결과적으로 계산기가 필요없는 수학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초등학교 단계만이라도 모두를 위한 수학은 가능할까.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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