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즐기는 올빼미족 늘어 '24시간 영업점'도 불야성

박용하·김원진 기자 입력 2015. 3. 27. 22:20 수정 2015. 3. 2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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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미용실·실내농구장·복싱장·화상영어·애견훈련소·음악연습실.. '올빼미 업체' 다양화 왜"잠 좀 줄여서 배우고 즐겨요" 직장인 자기계발·취미 활동"언제 사업이 기울지 모르죠" 자영업 수익 불안감도 한몫

지현석씨(33)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 24시간 영업하는 1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8평 남짓한 공간에서 24시간 가위를 잡는다. 지난 22일에는 막차가 끊긴 뒤 예약손님을 3명이나 받았다. 마지막 손님이 문을 두드린 시각은 오전 5시였다. 지씨는 "24시간 일하면 내 시간이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손님들이 만족하면 피곤함도 잊는다"고 했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른바 '올빼미' 업체들이 늘고 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정도에 머물던 24시간 영업점이 애견카페, 미용실, 실내농구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빼미' 업체의 고객은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장인이다.

김태윤씨(35)는 부천에서 24시간 애견훈련소를 운영 중이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반려동물을 돌봐준다. 김씨는 "밤에도 일을 하는 분들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어 좋아한다"며 "밤에도 집을 비우는 반려동물 주인이 늘다보니 애견훈련소도 24시간 문을 여는 추세"라고 말했다. 윤성수씨(33)는 서울 신당동에서 24시간 렌털 스튜디오 '도로시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가 주요 고객이다. 윤씨는 "동대문에 밤새 불을 밝히는 의류시장이 많다"며 "새벽에 옷 사러 왔다가 모델과 함께 촬영까지 마치고 가는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들이 새벽에 스튜디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밤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과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직장인도 많다. 24시간 영업하는 스크린 골프장, 다이어트 복싱장, 음악연습실 등이 휴식처다. 서울 상암동에서 24시 실내농구장을 운영하는 김동현씨(37)는 "잠을 줄여서라도 농구를 즐기려는 분들이 새벽시간에 온다"고 말했다. 24시간 영업하는 피아노학원을 다니는 유석우씨(26)는 "밤늦게 퇴근하면 소음 때문에 집에선 피아노를 칠 수 없었는데, 새벽에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울 수 있어 좋다"면서 "취미생활을 하며 인간관계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화 추세도 '올빼미' 업체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 24시간 화상 영어 업체를 운영하는 강진원씨(40)는 "유학 간 학생들이나 파견 나간 군인들이 영어 실력을 키우려고 주로 찾는다"며 "시차 때문에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수업을 받는다"고 말했다.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며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보험처리, 병원비 납부, 병원 이송을 대행하는 업체 관계자는 "한국말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 외국계 보험회사에 계약한 분들이 많이 찾는다"며 "24시간 전화와 e메일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불안심리'도 '올빼미' 업체가 늘어나는 요인 중 하나다. 24시 렌털 스튜디오 운영자 윤성수씨는 "자영업자는 언제 사업이 기울지 모른다"면서 "몸은 지쳐도 24시간 운영하며 수익을 늘려 불안감을 떨친다"고 말했다.

<박용하·김원진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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