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막을 수만 있다면 경찰이 결혼식도 올려준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20년간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 가정폭력의 원인이 됐는데 경찰이 결혼식을 올려주면 가정에도 평화가 오지 않을까요?"
부산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박진희(37·여) 경사의 말이다.
박 경사는 요즘 웨딩 드레스를 가봉하는 등 결혼식 준비로 바쁘다.
박 경사 자신의 결혼식이 아니라 지난 2월 15일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 온 20년차 부부를 위한 결혼식이다.
박 경사는 출동했을 당시 아내 이모(44)씨가 폭력을 휘둘러 남편 홍모(59)씨가 피를 흘리는 장면을 봤다고 한다.
'20년간 면사포를 쓰지 못했다'며 설움을 터트린 아내가 남편과 싸우다가 남편 홍씨를 다치게 한 것.
지난해에는 거꾸로 남편 홍씨가 아내 이씨를 때려 가정폭력사건이 접수됐는데 그때도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말싸움 한 것이 빌미가 됐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박 경사는 부부에게 결혼식을 올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정폭력의 주 원인을 제거해 보자는 것.
부부의 딱한 사연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남편 홍씨는 2013년 위암 진단을 받아 위를 제거한 뒤 여러 가지 합병증에 시달리며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정신지체가 있는 아내도 2010년에 간이식을 한 뒤 합병증에 시달리며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박 경사를 필두로 북부경찰서 모든 직원이 힘을 합치면서 오는 31일 북구 덕천동 문화빙상센터에서 이 부부의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다.
부부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경찰관이 참석하는 작은 결혼식으로 열린다.
박 경사는 "결혼식 문제가 해결돼도 어쩌면 또 다른 폭력의 빌미가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부부가 남은 인생을 싸움 없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혼식을 준비하게 됐다"며 "부디 행복한 결혼생활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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