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류현진의 어깨와 담배, 라면..런닝맨

스페셜 입력 2015. 3. 27. 10:13 수정 2015. 3. 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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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뉴욕 양키스가 개막전 선발로 다나카 마사히로를 내보내기로 했다. 에이스로 불리며 6년간 내리 그 일을 맡았던 CC 사바시아는 결국 밀려나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팀에서 동양인 투수가 개막전 선발이라니(2008년에 왕젠밍이 한번 했었나?)….

그런 대단한 투수 다나카지만 지난 겨울 일본에 머무는 동안 욕을 제법 들어먹었다. 여기저기 방송국을 기웃거리고, 아이돌 공연장에서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한 미디어는 이렇게 모질게 비판했다. "야구에 대해서는 시큰둥하다가도 연예인 얘기만 나오면 사람이 변한다. 웬만한 탤런트 보다 TV에 더 자주 나온다. 일본에 있을 때야 구단에서 철저하게 관리해줬지만, 지금은 메이저리그라서 그러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마무리. "야구만 잘 되면야 별 문제 없겠지만…." 팔꿈치 때문에 시즌 절반을 날리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는 말이다.

다나카는 발끈했다. "운동선수는 연예인 좋아하면 안되나. 예쁘고 열심히 하는 그들을 보고 힘을 얻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그들의 노래는 내 훈련을 즐겁게 해준다"며 반박했다.

류현진의 부상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아~. 맥 빠진다. 이 친구가 또 탈났다. 오매불망 4월만 기다리며 손꼽았는데 개막도 못보고 어깨를 부여잡는다. 웬 날벼락인가. 몇 달을 기다리다가 벼르고 별렀는데. 한 네티즌의 반짝이는 댓글처럼 데이터도 무제한으로 바꿔놨는데, 즐길 준비가 끝났는데. 허탈하다. 화도 좀 난다.

이름도 어려운 주치의(닐 엘라트리체 박사) 진단 결과도 그렇다. 도대체 납득이 안된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이 전한 의사의 말은 이랬다. "우려했던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MRI를 찍어봤더니 (어깨의 상태는) 2012년 입단할 때와 비슷했다." 무슨 말인가. 그때와 비슷한데 왜 아프고, 왜 병가를 내야 하냐는 말이다.

한 켠에서는 조짐이 나쁘다는 소리도 나온다. 같은 자리가 벌써 몇번째냐고, 팔꿈치는 쉽지만 어깨는 간단치 않다고, 저러다 또 도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믿어보자. 구단도 그러고, 본인도 곧 괜찮아 질 것이란다. 자기 몸은 자기가 제일 잘 알 것 아닌가.

<…구라다>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의 부상 소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관한 것이다. 옛부터 어른들이 그랬다. 근심은 나누는 거라고. 우린 그와 한 편 아닌가. 나쁜 일이 생기면 같이 걱정해주고, 등 두들겨 주고, 화이팅 외쳐주고….

그런데 현실은 안타깝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의 결론은 놀랍도록 일정하다. 너무 예상 가능하다. 무조건 기-승-전-런닝맨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한가지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길래 쓸데 없이 런닝맨에는 왜 나가서 연예인들이랑 어울리냐' '자고로 방송 출연 많이 하는 운동선수치고 잘 되는 걸 못봤다' '그럴 시간 있으면 착실하게 몸이나 만들지' '수지 때문에 아픈거냐. 그럼 맘이 아파야지 왜 어깨가 아프냐' 등등.

요즘은 아예 '저주'라는 카테고리로 엮어 버리기도 한다. 같이 출연한 강정호와 함께 둘 다 일이 잘 안풀리는 원인을 <런닝맨> 탓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지난 해 추신수가 부진할 때는 '라디오스타의 저주'라는 말도 떠돌았다. 말 만드는 그들의 창의력과 분석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 비슷한 논리가 담배와 라면이다. '일단 담배부터 끊어라' '부상 얘기 인터뷰 하면서도 씹는 담배 질겅이더라' '인스턴트 음식, 정크 푸드 그만 먹고 몸관리해라' '누구는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는다더라' 등등. 참 세세하고 자상한 지적들이다.

팬은 야단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만이다

물론 모두가 그를 아껴서 그런 것이리라. 팬이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안타깝고 애처로와서 그러리라.

맞다. 그럴 수 있다. 우리가 얼마나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새로 짜인 라인업과 어떤 팀워크를 이루는지, 빠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얼마나 좋아졌는지. 불펜 피칭 갯수까지 꼬박꼬박 헤아렸는데. 또다시 부상이라니….

잘못하면 화를 내도 된다. 틀렸으면 지적해도 된다. 비록 우리가 그에게 밥 한 끼 사준 적은 없지만 적어도 그럴 자격은 있다. 그의 팬이기 때문이다. 새벽 잠 설쳐가며 박수치고, 환호하고, 응원했기 때문이다.

못 하면 잘 하라고, 질척거리면 똑바로 좀 하라고 혼낼 수 있다. 그건 팬의 권리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가 어떤 삶을 살든, 무얼 좋아하든 그 다음부터는 개인의 영역이다. 그게 일반적인 규범의 테두리 안이라면 우린 그 선택과 기호에 대해서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KBO리그의 위상? 국위선양? 해주면 고맙지만, 안해준다고 뭐랄 수 없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격을 받은 것도 아니고, 리그를 책임질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설마 류현진, 추신수, 강정호가 야구 좀 못한다고 국격이 깎일 리는 없지 않은가.

그가 아픈 건 화나는 일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담배와 라면과 런닝맨을 연관지을 필요는 없다. 그건 그가 알아서 할 문제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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