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서의 스윙맨] 내일, 최동원이 던진다

이상서 2015. 3. 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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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상서]

이제 야구팬들의 관심사는 두 개로 좁혀진다. 하나는 '개막전 선발은 누구인지'이고, 나머지는 '또 그 날 시구는 누구인지'이다.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롯데팬들은 만족해도 좋다. 벌써부터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라 점쳐지는 레일리가 선발로 낙점된 것이다. 시구는 더 의미 있다. 바로 고(故) 최동원의 모친인 김정자 여사가 그 주인공이다.

롯데는 16일 "부산을 대표하는 최고의 야구선수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을 고려해 고인의 어머니를 올해 개막전 시구자로 모시는 것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동원이 2011년 9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뒤 약 3년 반만에 이루어진 드라마다. 김정자 여사 역시 "아들을 생각해주는 고마운 마음에 구단의 시구 요청을 수락했다"며 "올해 우리 선수들이 힘을 합쳐서 가을야구에 진출하여 좋은 성적을 내길 기원하며 있는 힘을 다해 던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 개막을 앞두고 다시 최동원이란 이름 석자가 야구계에 떠오른 이유다. 최동원이 우리 곁을 떠날 즈음, 김정자 여사가 말한 아들 최동원과 야구에 대해 재조명 해봤다.

2011년 10월 6일 고 최동원 감독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가 부산 남구 용호동 자택에서 아들의 마지막 사인볼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야구의 전설이 생전 마지막으로 손에 쥐었던 물건은 역시 '야구공'이었다. 동생인 최수원 심판은 "어머니께서 아들이 떠나기 나흘 전 기념구를 형 손에 쥐어주셨다"고 말했다. 유품의 정체는 고인의 501번째 삼진 기념구였다. 2011년 9월 15일 고인의 빈소에서 김정자 여사는 "아들이 하루를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이든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장롱에 가득한 트로피와 야구 용품들을 꺼내봤다"고 말했다. 1985년 9월 10일 구덕구장에서 열린 MBC청룡과의 경기에서 나온 바로 그 공이었다.

2011년 9월 14일 오후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동원 감독의 빈소에 선동렬 전 감독이 조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 감독의 모친 김정자 여사

그 날 빈소에서 김정자 여사는 아들의 영정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막내 아들 최수원 심판이 몇 번이고 김 씨의 어깨를 끌어안았지만, 그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아들의 '평생 라이벌' 선동열 전 감독이 빈소에 들어서자, 김씨가 움직였다. "동열아, 너는 건강해야 한다. 둘이 던지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는데…."라며 그의 볼을 매만졌다. 그러나 전설이 떠나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빈소가 차려진 2011년 9월 14일 정오부터 다음 날 오후 10시까지 일반 팬 400여 명이 그를 배웅하러 찾아 왔다. 운구는 16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승화원으로 향했다.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화장을 하기로 했다. 별세 직후 화장이 결정됐지만 화장장에 도착한 어머니는 쉽사리 아들을 놓지 못했다. 김정자 여사는 벽제승화원에서 20분 넘도록 오열하며 "우리 아들 어디 갔니, 우리 아들 최동원 어디 갔어"라며 관을 부여잡았다

2011년 9월 30일 고 최동원 감독의 유족과 롯데 구단 관계자들이 고인의 등번호 '11'이 새겨진 기념판의 가림막을 걷어내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 장병수 대표, 고인의 부인 신현주씨, 아들 기호씨.

같은 달의 마지막 날, 최동원은 사직구장으로 돌아왔다. 롯데는 9월 30일을 '최동원의 날'로 정하고 지난 14일 지병으로 영면한 고인에 대한 영구결번식을 사직구장에서 치렀다. 1988년 11월 22일 삼성으로 트레이드돼 부산을 떠난 지 꼭 8347일 만이다. 사직구장 왼쪽 외야 펜스 끝에 현역 시절 등번호 11번이 걸렸다. 어머니가 마중을 나왔다. 유족 대표인 김정자 여사를 비롯해 아들 최기호 군 등은 홈 플레이트 뒤에 구단 관계자들과 도열했다. 고인의 경남고 후배이자 당시 롯데 선수였던 이대호는 "오늘은 선배님이 롯데로 돌아오신 날이다" 라고 말했다.

김정자 여사는 그 해 10월 23일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에도 사직을 찾아 롯데의 가을야구에 힘을 보탰다. 그는 "롯데에 중요한 경기 아닌가. 조그만 마음이라도 보태고 싶어서 왔다"며 미소지었다. 덕담을 부탁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조용히 응원하는 것이 내 몫이다. 그동안 롯데 팬들께서 우리 아들에게 큰 사랑을 주셨다. 롯데의 PO 5차전 승리를 간절히 기원하는 것으로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동원이도 하늘나라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할 것 같다...(중략)... 최근 '최동원 야구박물관, 부산시민의 손으로…' 라고 적힌 전단지를 보면 마음이 뭉클하고 눈물이 난다. 박물관이 생긴다면 그 곳을 위해 남은 삶을 보내고 싶다"

최동원이 떠난 지 2년 후인 2013년 9월 14일. 사직구장 서쪽에서는 '최동원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높이 2.4m, 가로 0.97m, 세로 2.25m 규모의 동상은 최동원이 생전에 역동적으로 공을 던지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제막식에는 고인의 어머니 김정자씨, 부인 신현주씨, 아들 기호 군,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허남식 부산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억했다.

고 최동원 선수를 기리는 '무쇠팔 최동원 동상 제막식'이 2013년 9월 14일 부산 사직구장 앞에서 열렸다. 제막식 후 최동원 선수의 가족(사진 왼쪽부터 어머니 김정자, 아들 최기호, 아내 신현주)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동원 동상 건립은 재작년 4월 결성한 '최동원 기념사업회'의 추진으로 이뤄졌다. 최동원 동상 건립 시민운동을 벌인 기념사업회는 고인의 소속팀인 롯데에서 기부금 1억원, 부산은행 5천만원, BN그룹 2천만원, 프로야구선수협회 1천만원과 시민 성금 등으로 2억3천만원을 모았다. 김정자 여사는 "야구의 도시 부산 시민의 뜨거운 성원으로 아들이 고향의 품으로 돌아와 다시 태어났다"며 "아들 동원이는 이제부터 영원히 이곳에서 부산 시민과 자라나는 후배 야구선수들을 보면서 함께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아들의 동상 건립을 위해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아들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동원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어머니가 만들어 준 '김치쌈'이었다. 지름 3㎝정도 되는 주먹밥을 김치로 말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일주일에 세 번은 김치쌈을 먹었다. 아침에 밥솥을 식탁에 꺼내놓고 부지런히 김치를 말았다. 세 아들이 나란히 앉아서 차례대로 김치쌈을 먹고 시래기 국을 떠먹었다. 그렇게 아들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서 밥솥에 남은 밥을 급히 먹고 출근했다"고 떠올렸다. 어머니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승진도 포기했다. 동생 최수원 심판위원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어머니는 몇 번이나 교감 승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끝까지 평교사로 남으셨다"고 기억했다.

2011년 9월 30일 사직구장에서 롯데-두산 경기에 앞서 故 최동원의 아들 최기호군이 추모 시구를 선보이고 있다.

2011년 9월 30일, 최동원 데이로 정한 이날 사직구장에는 특별한 시구자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최동원의 아들인 기호 씨다. 최씨는 아버지가 선수 시절 던졌던 마운드에는 서지 않았다. 대신 마운드 바로 앞에서 힘찬 투구폼으로 롯데 포수 강민호의 미트에 정확하게 공을 꽂아 넣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야구 선수로 활약했던 그였다. 2015년 3월 28일, 최동원의 아들에 이어 이번엔 어머니가 시구에 나선다. 김정자 여사는 최동원의 투구 준비 동작과 똑 같은 시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최동원은, 그리고 김정자 여사는 이날 어떤 드라마를 쓸까.

온라인팀=이상서 기자 cod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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