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로 역주행은 '도로위 흉기'

2015. 3. 2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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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주제는 '정직']<56>거꾸로 가는 얌체 운전자들

[동아일보]

전북 무주군에서 2차로 일방통행 길을 거꾸로 달려오는 차량(흰색)의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혔다. 짧은 거리라도 '나만 편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역주행을 하다간 상대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사진 출처 자동차 사이트 '보배드림'

"어차피 밤에 사람도 없는데…."

좁은 일방통행 길이 거미줄처럼 이어진 이화여대 앞. 이 동네 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28)는 역주행을 수시로 한다. 신촌기차역에서 김 씨의 아파트가 있는 이화여대 앞까지 연결된 골목은 일방통행길이다. 김 씨가 아파트로 가려면 대로를 따라 한바퀴를 우회해야 한다. 김 씨는 "대로를 따라 돌면서 소요되는 시간도 아깝고 무엇보다 귀찮아서 그냥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해 집에 가곤 한다"며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차가 안 다니는 시간이고 여태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면서 골목마다 한 방향으로만 통행할 수 있는 '일방통행 구역'이 늘고 있다. 일방통행 구역의 규칙을 준수하려면 옆 골목이나 대로로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직진을 하면 금방 도착할 곳도 이렇게 돌아가다 보면 적게는 2∼3분에서 많게는 5분까지 더 걸리기도 한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사람이 없는 장소나 시간대를 골라 역주행을 일삼는 '얌체족'들이 있다. 특히 인적이 드문 지방도로나 어두운 골목길 등에서는 역주행을 일삼는 정직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많다. '설마 사고 나겠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편리함만 추구하는 것이다.

얼마 전 A 씨는 이런 비양심 운전자 때문에 역주행의 피해자가 될 뻔했다. 그는 전북 무주군 리조트에서 스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리조트에서 이어진 도로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역주행 하는 차를 만났다. 이 길은 2차선 일방통행 길이었고, 바로 옆은 낭떠러지였다. 만일 1차선 일방통행 길이었다면 어땠을까. 차와 그대로 부딪치거나, 차를 피하려다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A 씨는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안전운전은 나 혼자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각자가 정직하게 규칙을 따를 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직한 운전'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배달 오토바이, 출퇴근용 자전거 역시 도로교통법상 차(車)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방통행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특히 자전거의 경우 원동기가 장착된 차에 비해 단속과 제재가 엄격하지 않은 편이라 경각심이 덜해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살고 있는 박모 씨(33)는 지난달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역주행 자전거와 부딪쳐 차를 수리해야 했다. 그는 "역주행은 비양심적"이라며 "이런 자전거 운전은 '도로 위 흉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일방통행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지키는 기본적인 행동이다.

송선정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수는 "공단에서 준법운전 캠페인을 할 때마다 '나 하나부터'라는 모토를 사용한다"며 "묵묵히 정직하게 교통 약속을 지키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 건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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