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중단에 경남 엄마들 단단히 '화났다'

입력 2015. 3. 26. 11:09 수정 2015. 3. 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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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거부·1인시위·집회·선전전 등 자발적 반발 시위 확산

[경남CBS 최호영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이 경남의 엄마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4월 유상급식이 다가오면서 이른바 '앵그리맘'들이 아이들의 '밥'만큼은 지키겠다며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무상급식 중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홍 지사가 미국 출장 도중 평일 업무 시간에 부인과 함께 골프를 즐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마들의 화가 단단히 난 모양새다.

◇ "아이들 밥 돌려놔라"며 하동서 등교거부 운동

먼저 하동의 작은 시골 학교에서 등교 거부 운동이 시작됐다.

하동군 화개면 쌍계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최근 회의를 열고, 27일 등교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 학교 전교생은 40명으로, 학부모 측은 3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학부모 회장은 "무상급식 중단의 불합리함을 알리기 위해 등교 거부에 나선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극적인 집회보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야외 수업을 진행하면서 점심 때는 엄마들이 싸온 도시락도 나눠 먹기로 했고, 거리 행진도 벌이기로 했다.

함양에서는 도시락 싸서 보내기, 집에가서 점심 먹기 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 서민자녀 교육지원 신청? "거지처럼 매달리는 기분"

무상급식보다 더 나은 정책이라던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신청도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서류가 수두룩해 "거지처럼 매달리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라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느끼는 '가난'이란 낙인 상처와 부끄러움이 어른들에게도 자존심이 뭉게질 정도로 똑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창원시 내서읍에 사는 주부 A씨는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 세 명을 두고 있다.

다음달부터 내야하는 급식비 20만 원 때문에, 초등학생 자녀의 학원 2곳을 그만두기로 했다.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라 학원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의 상황이 밥 값 하나 때문에 너무 거지근성으로 매달리는 것 같은 그런 심정을 만들게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런 비참한 기분 때문에 A씨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A씨는 "홍준표 지사를 뽑았던 것을 후회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A씨처럼 실제 학부모들은 "내가 준표 내놔"라는 피켓까지 들 정도다.

최근 새누리당이 절대 다수인 경남도의회가 홍 지사의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그대로 통과시키자, 여당 표를 찍은 학부모들조차 반감을 나타내며 "표로 심판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시 집회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아이들한테 밥은 먹이고 공부를 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며 "다음 선거에 절대로 못나오게 엄마들이 이제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학부모는 "저는 소심하게 복수를 할 것"이라며 "어떤 복수냐면 제가 가진 투표권으로 홍준표 지사는 절대로 찍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학부모들 SNS로 결집, '다양한 방법으로 급식 중단알려'

학부모들은 1인 시위는 물론, 집회와 선전전, 공연, 강연 등을 열고 경남만 무상급식이 중단된 현실을 도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있다.

25일 도내 100여곳의 학교 등에서는 학부모들이 앞장서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급식도 교육이다', '의무교육은 의무급식', '강남도 무상급식 경남은 유상급식', "세금은 내가 내고 갑질은 니가 하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지사를 비판했다.

사천에서는 이날 학부모 70여명이 인간 띠 잇기가 진행됐고, 양산과 밀양에서는 집회와 선전전이 열렸다.

26일 양산에서는 학부모들이 무상급식 정보를 공유하고 결의를 다지는 '톡톡 왕수다 모임'이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통영에서는 27일 충무도서관에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초청해 강연을 열고, 이날 오후에는 통영 강구안에서 촛불집회를 연다.

이같은 학부모들의 반발은 4월 유상급식을 앞두고 더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 교환하며 뭉치고 있다.

실제 양산에서는 지난 8일 학부모들이 공동 행동에 나서자는 취지의 <밴드> 모임이 결성돼 현재 천200여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통영에서도 밴드 모임인 '무상급식 지키기 통영 학부모모임'이 지난 13일 결성돼 현재 회원수가 640명에 이르고 있있으며, 무상급식 관련 소식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창원 내서지역에서도 '무상급식 되찾기! 내서학부모행동'이란 밴드가 25일 만들어졌는데, 하루 만에 회원 수가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한편,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와 학부모 대표단 10여명이 26일 국회로 상경해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 정당 대표들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야당은 만남이 계획됐지만, 새누리당과의 만남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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