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안심전환대출' 인기에 정부·은행 '골머리'

안재성 2015. 3. 2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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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 늘려야 하나?..조기 소진 '위험'"나도 2%대 금리로 해달라!"..고객 요구에 머리 싸매는 은행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끓어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곧 금리를 올릴 것이란 소문이 도는 상황에서 매우 낮은 고정금리대출로 갈아탈 기회가 생기자 대출자들은 열광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너무 많은 고객이 몰리다보니 한도가 조기 소진될 위험이 커 정부는 연간 한도를 늘려야 할지 고민이다. 은행은 '안심전환대출' 외 나머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며, 신규 대출고객들도 2%대 금리를 요구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도 증액, 하반기 돼야 가능할 듯

25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되자마자 어제 하루만에 승인액 3조원을 돌파(3조3036억원)했다. 벌써 월별 한도(5조원)의 절반을 넘긴 것으로 이미 월 한도의 증액은 기정사실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는 4월 배정액을 조기 투입하고, 이마저 소진되면 5, 6월치도 쏟아 부을 계획이다.

문제는 연간 한도. 정부는 연 한도를 20조원으로 책정했는데, 이 기세대로라면 다음달이면 한도가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도 증액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책정한 안심전환대출의 한도 20조원이 조기 소진될 경우 추가 출시에도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여건상 상반기 중 추가 출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현황, 전환대출 수요 분석, 가계부채에 미친 영향 등 효과를 분석하고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한도증액 규모를 정할 예정"이라며 "이 절차에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안심전환대출 한도를 늘리려면, 주택금융공사의 출자금을 증액하거거나 주택저당증권(MBS)의 유동화 배수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법상 주택금융공사의 유동화배수는 50배 한도인데 벌써 35배 정도 차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우 낮은 고정금리로 돈을 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은행이 이를 보유하고 있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며 "유동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주금공은 올해 첫 상품을 기획하면서 한은으로부터 2000억원의 추가 출자를 받았었다.

증액 규모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이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다만 안심전환대출의 출시로 인해 시중은행에서 판매되는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찬밥대우를 받고 있으므로 한도를 늘리더라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아직 출시 초기인데 벌써 한도 증액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부의 재정지원, 한은의 추가 출자 여력 등을 감안해 증액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객 저금리 요구에 은행 '울상'

은행은 정부 이상으로 고민이 깊다.

우선 하루에만 수만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지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은행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본점 인력까지 영업점에 투입하는 등 비상 운영체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담창구 직원들만으로는 부족해 팀장들과 본사에서 파견나온 직원들까지 모두 투입했다"며 "'안심전환대출' 신청자가 워낙 많아 며칠간은 야근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생하는데 은행 수익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평균 금리가 연 3.5%대인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2.6%대 낮은 금리의 '안심전환대출'로 바꿔줘야 하다보니 순이자마진(NIM)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정부 정책 때문에 갈아타는 고객에 중도상환수수료조차 받을 수 없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는 규모만큼 각 은행은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MBS를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며 "MBS의 금리가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아서 이자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인한 은행권 손실이 1400억∼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날 코스피지수가 상승했음에도 은행주는 일제히 떨어졌다.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3.69%, KB금융지주는 2.51%, 하나금융지주는 2.2%씩 각각 하락했다.

게다가 신규 고객들까지 2%대 금리를 요구하는 탓이 은행은 더 골치아파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들이 전부 2%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 대출자들을 2.6% 금리로 갈아타게 해주면서 왜 신규 대출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느냐'는 항의에 할 말이 없는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3%대 금리를 권해도 고객들은 오히려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상태다. 한 대출 신청자는 "'안심전환대출'이 2%대 금리니 신규 대출 금리도 곧 2%대로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때까지 기다릴 뜻을 내비쳤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차환대출 수요가 뚝 끊긴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결국 대출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항상 은행의 수익성 확대를 강조하면서 '안심전환대출' 출시 등 수익을 감소시키는 정책만 추진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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