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로이스터의 향수'를 부르는 롯데의 반전

주영민 기자 2015. 3. 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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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CCTV 사찰'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며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롯데 자이언츠가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전력을 보여주며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구단 사장과 단장의 갑작스런 교체에 이어 부랴부랴 이종운 감독을 선임하며 땜질식 처방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탄탄한 저력을 보여 주며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이제 시범경기 12경기 치렀을 뿐이라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롯데가 보여준 힘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 팀 홈런 1위. 팀 평균자책점 1위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7승 5패를 기록하며 공동 4위에 자리했습니다. 선두인 넥센(6승)보다 더 많이 이겼고, 진 경기도 내용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5패 가운데 1점차 패배가 세 번이고, 2점차 패배가 한 번이었습니다.

반면 5점차 이상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는 네 번이나 됐습니다. 확실하게 이기고 아깝게 패하면서 공수에서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팀 타율은 0.256로 5위였지만, 팀 홈런(18개)과 타점(69개)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집중력을 선보였고,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2.78)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습니다. 장원준과 김사율 두 명의 주축 투수가 FA로 빠져나갔고, 공격의 출발점이었던 전준우가 군 입대로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반전입니다.

● "로이스터 시절처럼…" 자율훈련의 결과

롯데 이종운 감독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자율훈련을 택했습니다. 그 동안 지나친 관리 감독에 반감을 가졌던 선수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자유를 준겁니다. 고참 선수들이 앞장서면서 팀 질서가 자연스럽게 잡혔습니다. 특히 강민호, 손아섭 선수는 후배들을 독려하며 누구보다 많은 구슬땀을 흘렸고, 후배들도 뒤질세라 스스로 훈련장에서 뛰고 또 뛰었습니다. 애리조나 전지훈련 막바지에 만난 롯데 선수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대부분 선수들은 "지금 분위기가 자율훈련을 강조하던 로이스터 감독 때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손아섭 선수는 "뭔가에 끌려가는 느낌이 아니라 선수들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가 로이스터 감독님 때처럼 굉장히 좋다"고 말했고, 강민호 선수도 "역대 캠프 중에 베스트로 꼽힐 정도로 편안함과 자율 속에서 하고 있다. 전 감독님 얘기하는 건 그렇지만 로이스터 감독님 때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니까 신나서 하고 있고,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그 효과를 시범경기에서 입증해 보였습니다.

● '외국인 선수' 효과 만점

롯데는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를 띄웠는데, 일단 시범경기에서는 그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투수 레일리와 타자 아두치는 순조롭게 한국야구에 적응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레일리(1승)가 11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며 합격점을 받았고, 아두치는 홈런(4개)과 타점(11개) 1위에 오르면서 로이스터 시절의 가르시아를 능가할 만한 한국형 용병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양귀 헬멧을 쓰고 성실하게 뛰는 모습은 지난해 롯데를 웃기다 울렸던 히메네스의 불성실한 모습과 대비되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이 제구력 불안으로 2패를 당하며 고전했지만, 3점대 평균자책점(3.26)에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13이닝 동안 1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가능성은 보여줬습니다. 롯데의 외국인 3총사는 일단 시범경기를 통해 안정적인 기량을 확인시켰습니다.

시범경기 성적만으로 정규시즌을 전망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번 시즌 '꼴찌 후보'로까지 꼽혔던 롯데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반전은 분명 팬들을 설레게 할 만했습니다. '로이스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겁니다.

지난 2007년 7위에 그쳤던 롯데는 2008년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한 뒤 9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3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지난해에도 7위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이종운표 자율야구'의 효과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주영민 기자 nag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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