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골프는 쳤지만 접대는 아니다?..'해명'의 문제점

김태은 이하늘 기자 2015. 3. 23. 16: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골프 라운딩 시점·비용지불·주최자 관계 등 논란 이어져

[머니투데이 김태은 이하늘 기자] [[the300]골프 라운딩 시점·비용지불·주최자 관계 등 논란 이어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미국 출장 도중 부인을 대동해 평일 골프를 친 데 대해 "비공식 비즈니스 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골프를 친 시각과 비용 지불, 주최자와의 관계 등과 관련한 의문과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지사 측은 23일 경남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홍 지사가 골프를 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한 후 "이번 골프 회동은 미국의 사실상 주말인 금요일(현지시각 20일) 오후 공식 일정을 마감한 뒤 '비공식 비즈니스' 일정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금요일 오후가 "사실상 주말"?

홍 지사가 지난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 소재 '오크 크릭 골프 클럽'에서 목격된 것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 경이었다. 어바인에 거주 중인 40대 교민 최모씨는 이 시각 "홍 지사와 부인 등 일행이 골프를 마치고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밝혔다.

일반적으로 골프 18홀 라운딩에 걸리는 시간은 3~4시간에 이른다. 홍 지사가 골프를 마친 시간이 오후 6시라면 늦어도 오후 2시 경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직장인으로 치면 오전 근무만 마치고 점심 식사 후 골프 라운딩에 나선 셈이다.

경남도청은 홍 지사가 미 해병대 1사단 방문을 마치고 사실상 주말인 금요일 오후에 비공식 일정을 소화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엄연히 업무 종료 전인 평일 오후 시간을 '사실상 주말'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예정돼 있던 공식 일정 수행 여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경남도청이 작성한 미국방문 계획서에 따르면 골프를 친 당일인 20일 홍 지사의 일정은 '한국전쟁 낙동강전투 참전 미해병대 1사단 방문'과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미국, 멕시코 지역 빅바이어 면담'이었다. 그러나 이 중 정체가 불분명한 '빅바이어'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무를 빙자해 사실상 골프 라운딩을 위한 '끼워넣기 일정'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골프비, 현금으로 주씨에게 건네 지불?

당시 골프 라운딩은 홍 지사 부부와 현지 사업가 주 모씨 형제 네 사람으로 이뤄졌으며 주씨가 주최했다.

주씨는 홍 지사가 오크 크릭 골프 클럽에서 골프를 쳤다는 기사가 머니투데이 the300을 통해 보도된 직후 20세기폭스사 투자 유치와 관련해 업무 논의차 골프를 친 것이며 자신이 골프 비용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뤄진 경남도청의 설명은 주씨의 말과 다르다. 홍 지사가 400달러를 현금으로, 주씨를 통해 결제했다는 설명이다. 접대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홍 지사가 주씨에게 실제로 현금을 건넸는지는 두 사람만 이외에는 확인하기 힘들다.

또 현금을 건넸다 하더라도 골프장에서 건넸는지, 접대골프 의혹이 제기된 후 주씨에게 건넸는지도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경남도 LA 통상자문관은 누구

경남도청의 해명 후 홍 지사와 주 모씨의 관계에 대해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경남도청은 주씨에 대해 홍 지사가 도지사에 취임한 후 무보수 명예직인 경남도 LA 통상자문관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자문관은 경남도가 농수산물 수출과 제조업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위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씨는 농수산물이나 제조업과는 거리가 먼 청소 용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 연관성보다는 홍 지사와의 개인 친분으로 통상자문관을 맡게 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경남도청도 주씨가 홍 지사와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친분이 깊었다고 시인했다.

폭스사 투자와 관련한 주씨의 역할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남도청은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미국 폭스사 투자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씨는 폭스사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LA 현지 일각에서는 홍 지사와 주씨 간에 공적·사적으로 얽혀있는 부분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번 미국 출장 때 홍 지사 부부가 주씨의 집에서 머물렀던 것도 이 같은 의문을 더하며 홍 지사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정하게 의무급식을 폐지한 홍 지사는 과연 공직자윤리법 위반은 아닌지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급식 물타기용 정략적 의도?

경남도청은 홍 지사와 관련된 이번 보도를 무상급식 중단 논란과 연관지어 '정쟁화'하고 있다.

정장수 경남지사 비서실장은 "(골프 라운딩을) 마치 범죄현장인 것처럼 몰래 사진을 찍고 사실을 매도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선별적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적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키기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의 미국 출장 중 골프 보도는 현지 교민이 목격하면서 이뤄졌다. 언론이 홍 지사의 미국 출장 동선을 '파파라치'처럼 감시해 포착된 것이 아니다.

이 교민은 경남도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중단한 점을 지적, "시기적으로 미국 와서 최고급 골프장에서 골프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언론사에 해당 내용을 제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공직자의 골프 관련 보도는 홍 지사가 평소 밝혀온 도정 철학에 비춰봤을 때도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정치권의 의견이다.

홍 지사는 지난 2012년 12월 31일 도청 간부들과 간담회에서 간부들의 처신과 관련해 특별히 골프를 언급하며 "운동 자체는 상관하지 않겠다"면서도 "다만 누구와 치느냐가 중요하며 업자와의 골프는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보도한 언론을 마치 파파라치처럼 몰아세우는 홍 지사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태은 이하늘 기자 taie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