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일 중령 "천안함 승조원들 패잔병 아니다"

정용수 2015. 3. 2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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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침 5년 만에 입 연 당시 함장조국 지키다 불의의 일격 당한 것 1200톤 함정 두 동강 낼 건 어뢰뿐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 함장이던 최원일(해사 45기) 중령은 22일 "다시 바다로 나가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중령은 천안함 사건 후 후방지원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 중령은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군인들에 대해 반짝 관심보다 늘 안보의식을 가져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46명의 부하를 백령도 앞바다에서 잃었다는 죄책감으로 침묵해 왔다는 최 중령은 2010년 4월 11일 본지와의 첫 인터뷰 이후 5년 만에 입을 열었다. 다음은 최 중령과의 전화통화.

 -어떻게 지냈나.

 "잘 지내고 있다면 거짓말일 거다. 아직도 당시 상황이 생생하다. 특히 3월이 되면 국민과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당시 기억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지금은 진해 교육사령부에서 옮겨 전투훈련단에서 전술훈련 대대장을 하고 있다."

 -5년 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바다로 달려가 복수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지금 바다로 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지 않나. 다시 바다로 나가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기회도 없이 육상에서 근무하는 게 많이 아쉽다."

 -올해가 5주기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매년 이맘때만 되면 반짝 반짝하는 반응들이 아쉽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좋긴 하다. 그러나 반짝 관심을 갖는 것은 때론 부담이 된다. 또 인터넷 등에 악플이 많은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해군에게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는 58명의 생존자와 매년 3월과 6월 두 차례 정기 모임을 하고 있다. 많은 승조원이 전역했지만 당시 자기가 살려고 하지 않고, 서로 살리려고 했던 것처럼 여전히 그날의 아픔을 나누고 서로 보듬으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26일 5주기 때도 당시 승조원들과 자리를 함께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함장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큰 충격이 오면서 넘어져 기억을 잃었다. 잠시 뒤 정신을 차려 나와보니 연돌(연통)이 보이지 않았다. 함미가 있어야 할 자리에 달빛만 보이더라. 생존자들이라도 구한 뒤 배와 운명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부하들에게 이끌려 반 강제로 구조선으로 옮겨졌다."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 좌초라는 주장이 여전히 있다.

 "이제 그런 말들에 일일이 대꾸할 생각이 없다. 처음엔 감정적으로 격분하기도 했다. 1200t이 넘는 천안함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건 어뢰 외에는 없다. 우리가 전문가이고 국내외 조사에서 그렇게 결론이 났는데 상황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더 이상 의미가 없지 않나."

 -바라는 게 있다면.

 "이런 전화도 평소에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택 2함대에 마련된 안보전시관과 건져 올린 천안함을 한 번이라도 가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든 의문이 풀리고 안보의식이 생기지 않겠나. 내게는 뭐라고 해도 괜찮다. 우리 승조원들은 패잔병이 아니다.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과정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거다. 자기 동생, 가족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생각으로 대해 줘라. 살아와 줘 고맙다거나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군인에겐 격려가 밥보다 중요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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