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사진에 얼굴 묻고 '오열'.. "아직 4월 16일 산다"

입력 2015. 3. 17. 09:15 수정 2015. 3. 1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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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종자 가족, 세월호 1주기 한 달 앞두고 '팽목항 기자회견'

[오마이뉴스 소중한 기자]

▲ 딸 사진에 얼굴 묻고 '오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팽목항 방파제에 걸린 딸의 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 소중한

엄마는 두 손으로 딸의 사진을 매만졌다. 팽목항 방파제에 걸린 딸의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엄마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다윤아,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지난 16일,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 팽목항을 찾아 "국민 여러분, 정부가 세월호 실종자 모두를 애타는 가족 품에 돌려보낼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팽목항 방파제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원하는 단 하나는 사랑하는 내 가족을 찾아서 유가족이 되는 것"이라며 "1년 되도록 공포 속에 갇혀 있는 실종자들이 1분, 1초라도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실종자 9명의 이름을 부르며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조은화·허다윤·박영인·남현철 학생, 양승진·고창석 선생님, 이영숙님, 권재근·권혁규 부자…. 목숨보다 소중한 내 딸, 내 아들을 찾지 못한 부모들에게 하루하루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한 집안의 든든한 아버지이자 남편이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떨어져서 살던 엄마와 함께 살기를 꿈꾸던 아들도 망연자실 엄마를 기다립니다.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지연이(실종자 권재근씨 딸)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오빠를 매일 안타깝게 찾고 있습니다."

"인양하지 않고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다윤아, 언제 돌아올거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팽목항 방파제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 소중한

▲ "딸 찾지 못한 부모, 살아도 사는 것 아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실종자 조은화(단원고)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 소중한

실종자 조은화(단원고)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우리는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을 산다"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씨는 "나는 내 딸 찾는 것, 딱 하나만 생각한다"며 "배를 인양하지 않고선 (실종자를 찾고, 진상을 규명하는 등)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기독교·천주교·불교 등 종교인들이 참석해 "참사 1주기인 다음 달 16일까지 '30일 기도'를 이어나갈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 진도 팽목천막 성당 최민석 신부, 광주 오치동 성당 장민휘 신부,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과 혜오 스님, 진도 향적사 법일 스님는 이날부터 30일 기도를 시작했다.

해남 미황사와 진도 향적사의 스님들은 '실종자 9명의 빠른 수습'을 기원하는 풍등을 준비해 실종자 가족들과 팽목항 하늘을 향해 날리기도 했다.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는 오는 4월 5일 부활절을 앞두고 팽목항 방파제 등대에 달걀 모양의 전등을 달아 불을 밝혔다.

아래는 이날 실종자 가족들과 종교인들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를 향해 가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침몰,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을 포함해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희생자 중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1년을 머문 실종자 9명이 있습니다.

조은화·허다윤·박영인·남현철 학생, 양승진·고창석 선생님, 이영숙님, 권재근·권혁규 부자…. 그리고 아직도 이분들을 차가운 바닷속에 놓고 하루하루 피 말리는 삶을 살아가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실종자 9명,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

▲ "실종자, 하루 빨리 가족 품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 팽목항을 찾아 "국민 여러분, 정부가 세월호 실종자 모두를 애타는 가족 품에 돌려보낼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팽목항 방파제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원하는 단 하나는 사랑하는 내 가족을 찾아서 유가족이 되는 것"이라며 "1년 되도록 공포 속에 갇혀 있는 실종자들이 1분, 1초라도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외쳤다.

ⓒ 소중한

▲ 눈물 훔치는 '다윤 엄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기자회견 도중,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어머니 박은미(오른쪽)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소중한

목숨보다 소중한 내 딸, 내 아들을 찾지 못한 부모들에게 하루하루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한 집안의 든든한 아버지이자 남편이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떨어져서 살던 엄마와 함께 살기를 꿈꾸던 아들도 망연자실 엄마를 기다립니다.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지연이(실종자 권재근씨 딸)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오빠를 매일 안타깝게 찾고 있습니다.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가족을 찾고 싶습니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실종자들은 아직 세월호 안에 있음이 확실합니다. 지금 실종자 가족들이 원하는 단 하나는 사랑하는 내 가족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가족을 찾는 방법도 수색이 좋은지, 인양이 좋은지 저희는 모릅니다. 단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랑하는 가족을 찾기를 부탁드립니다.곧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돌아옵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남편을 수학여행 보냈을 뿐인데 그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을 뿐인데 그 꿈은 험한 맹골수도에 잠겨 있습니다.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가족을, 엄마, 아빠를 찾았을까요? 1년 되도록 공포 속에 갇혀 있는 이들이 한시라도, 일분일초라도 빨리 가족 품에 안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참사 발생 후 지금까지 진도군민들과 국민들이 보여준 호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실종자 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세계에 알리려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포함해 세월호 참사를 안타까워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호소합니다. 부디 대한민국 정부가 세월호 실종자 모두를 애타는 가족 품에 돌려보낼 수 있도록 지지해 주세요.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지 말아 주세요.

▲ 세월호 참사 1주기 앞둔 진도 팽목항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는 다음달 5일 부활절을 앞두고 팽목항 방파제 등대에 달걀 모양의 전등을 달아 불을 밝혔다.

ⓒ 소중한

▲ "부활을 기리며..." 팽목항 등대 '달걀 전등'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는 다음달 5일 부활절을 앞두고 팽목항 방파제 등대에 달걀 모양의 전등을 달아 불을 밝혔다.

ⓒ 소중한

▲ 십자가, 면류관, 제대로 된 진상규명...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팽목항 방파제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기원"하기 위한 십자가와 면류관이 걸려 있다.

ⓒ 소중한

▲ 풍등 바라보는 엄마 "은화야, 빨리 돌아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실종자 조은화(단원고)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날아가는 풍등을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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