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세 번째 결혼했어요"..한국도 '다혼시대'

박주연 기자 2015. 3. 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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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박영철(53·가명·사업)·김현미(51·가명·작가)씨는 결혼 7년차 부부다. 박씨는 사별과 이혼을, 김씨는 두 번의 이혼을 겪은 후 2009년 5월 세 번째 배우자로 인연을 맺었다. 지인의 소개로 김씨를 만난 박씨는 "첫눈에 반했다"고 회고했다. 부부에겐 첫 결혼에서 얻은 장성한 아들이 한 명씩 있다.

지난 11일 분당의 한 카페에서 만난 부부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남편 박씨는 "결혼과정에서 각각 고교생과 대학생이던 아들들을 설득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살면서 노력을 많이 한 결과 지금은 아이들도 우리를 편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인 김씨는 "대학 졸업 직후 대학선배와 한 첫 결혼은 연애 시절 몰랐던 남편의 폭력성 때문에 5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고, 9살 연상의 자식 달린 사별남과 한 두 번째 결혼은 그의 이상 성격을 견딜 수 없어 3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우리 부부는 둘 다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서로 존중하며 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 번 이상 결혼한 다혼(多婚) 인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은 삼혼 이상 인구를 따로 조사하지 않지만 2013년 혼인한 남녀 32만2807명 중 남성 4만8948명(15.2%)과 여성 5만4320명(16.8%)이 삼혼·사혼을 포함한 재혼인구로 집계됐다. 조사가 처음 이뤄진 1990년 전체 혼인건수 중 재혼은 남녀 각각 8.4%와 7.1%에 불과했다. 다혼 증가는 결혼정보회사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듀오의 경우 삼혼이나 사혼을 준비 중인 회원수가 2009년 10명에서 2014년 246명으로 늘었다. | 관련기사 8·9면

다혼 인구가 증가하는 데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고령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조사결과 1998년 60.3%였던 이혼 반대 의견은 2014년 44.4%로 줄었다. 재혼 반대 의견도 1998년 19.9%에서 2014년 3.6%로 감소했다. 그러나 다혼자들이 느끼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인터뷰에 응한 다혼자들은 한결같이 실명 노출을 꺼렸고 아예 인터뷰를 거절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알려져서 좋을 게 없고,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세기 이후 서구에선 결혼을 일종의 거래관계로 여겨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판단되면 이혼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생겼고, 그 결과 재혼과 다혼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이어 "한국도 개인의 행복추구 욕구가 커지면서 이혼과 다혼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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