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혼시대]재혼보다 유지율 높은 다혼 "두 번 이혼 돌아보니 다 내 탓이더라"

박주연 기자 2015. 3. 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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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파' 겪을수록 자기 성찰 배우자 고르는 기준도 달라져.. "경제력보다 성격 보게 돼"

다혼은 재혼에 비해 결혼유지율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재혼하면 행복할까> 저자인 양영제씨는 "가정법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두 번째 결혼의 70%가 다시 이혼한다. 이는 서구도 마찬가지여서 2011년 미국 통계청 조사를 보면 미국인 재혼커플 중 60%가 2년 만에 갈라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양씨는 "반면 삼혼자의 경우 헤어진 사례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선희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첫 결혼이 사별이 아닌 이혼으로 깨진 경우 자기 성찰 없이 전 배우자에 대한 원망과 보상심리로 재혼하는 경우가 많아 재이혼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삼혼자들은 많은 풍파를 겪으면서 현실적 기대를 내려놓고 이전 혼인생활에서 범했던 오류를 스스로 고친다. 그 결과 유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혼자 김정섭씨는 "두 번째 이혼 때만 해도 나는 잘했는데 아내만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다 내 탓이더라"면서 "이제 여자의 소중함을 더 많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다혼자들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도 초혼 때나 두 번째 결혼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다. 설문조사에 응한 삼혼자·삼혼 도전자의 74%가 배우자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고 답했는데, 경제적 능력(12%)이나 외모(11%)보다 성격(64%)을 꼽은 응답자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잦은 이혼 경험이 결혼관계를 쉽게 끝내는 동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혼자들은 이전 결혼은 불행하게 끝났지만 이번엔 정말 잘 살 수 있다는 심정으로 재혼·삼혼을 한다. 하지만 자식이라는 매개가 없는 상태에서 결합한 경우 뜻이 안 맞으면 '한 번 혹은 두 번 이혼했는데 또 못하겠느냐?'는 심정으로 반복된 이별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번의 이혼 후 삼혼을 준비 중인 초등학교 교사 윤지민씨(54·가명)는 "서른 된 아들이 취업 후 분가해 혼자 살다 보니 아플 때 서럽고 혼자 밥 먹는 것도 싫어 삼혼을 결심했다"면서도 "이미 두 번이나 이혼했기 때문에 남은 여생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몇번이라도 결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별·이혼을 거쳐 2011년 세 번째 결혼한 변호사 박병선씨(57·가명)도 "결혼생활의 성공 열쇠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달려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설령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해도 서로 안 맞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기 때문에 그럴 땐 과감히 헤어지라고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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