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혼시대]이혼 악몽보다 더 큰 외로움.. 그래서 또 결혼한다

박주연 기자 2015. 3. 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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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혼·4혼 부부들 이야기

▲ 왜 또 다른 배우자를 찾느냐고요? 행복해지기 위해서죠!… 다혼 결심 73% "정서적·육체적으로 외로웠다"

서울 강동구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임미나씨(52·가명)는 2010년 최성준씨(55·가명)와 결혼했다. 아내 임씨는 세 번째, 박씨는 두 번째 결혼이다. 두 사람에게는 각각 딸이 하나 있다. 박씨의 딸이 지난해 취업하면서 독립하기 전까지 네 식구는 같이 살았다.

임씨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87년 첫 결혼을 했다. 남편은 대학 시절 사귄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경제개념이 없었다. 아내 몰래 진 빚만 수억원. 별거가 시작됐다. 별거 후 2년 정도 지나자 남편은 다른 여자를 만났다. 1997년 결국 이혼했다. 임씨는 당시 9살이었던 딸의 양육권도 가져왔다.

삼혼에 도전하는 김정섭씨(52·가명·오른쪽)와 이미영씨(46·가명)가 지난 10일 한 결혼정보회사의 주선으로 서울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맞선을 보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이혼한 지 10년 만에 재혼했다. 상대는 한 모임에서 만난 이혼남이었다. 12살 차이가 났지만 명문대를 나왔고 외모도 좋았다. 그는 사업 부진으로 아내와 불화 끝에 헤어졌다고 했다. 외아들은 전처가 키운다고 했다. 임씨는 당시 그가 돈은 없지만 달린 자식이 없어 결혼해도 좋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2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임씨는 "그는 내가 가진 것을 발판 삼아 사업으로 재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1000만원, 2000만원 식으로 조금씩 요구했다. 그러다 임씨가 밤낮없이 일해 겨우 장만한 24평 아파트를 팔아 사업자금을 대달라고 요구했다. 잠시 망설였지만 임씨는 "더 이상은 안돼!"라고 선을 그었다. 남편은 "나를 못 믿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어느 날, 딸 앞에서 남편은 임씨에게 손찌검을 했다. 그 일을 계기로 헤어졌다. 임씨는 "첫 결혼은 남들 하니까 뭣 모르고 한 것 같고, 두 번째 결혼은 외로움 탓에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허술한 사람의 손을 덥석 잡았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남편은 친구 소개로 만났다. 외형적 조건은 전 남편들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임씨는 결혼생활에서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임씨는 "함께 산 지난 5년간 관계에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서로에게 거는 바람은 줄어든 반면 배려심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결혼하면서 각자의 20평형대 아파트를 처분해 합한 돈으로 30평형대 아파트를 샀다. 남편 최씨는 아내에게 "내가 번 돈으로 살림하고 당신이 버는 돈은 우리의 노후를 위해 저축해달라"고 당부했다. 임씨는 "우리는 뒤늦게 만나 추억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며 추억 쌓기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3년 남자의 평균 재혼연령은 46.8세, 여자는 42.5세다. 통계청은 삼혼 이상을 따로 집계하지 않았지만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삼혼 이상 회원 246명을 분석한 결과 40대(43.5%)와 50대(41.1%)가 전체의 84.6%로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5.7%)와 60대 이상(9.8%)이 그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결혼생활과 이혼의 악몽을 한 두번 이상 겪은 사람들이 다혼(多婚)을 하는 이유는 뭘까. 경향신문이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와 함께 삼혼자·삼혼 도전자 100명을 대상으로 e메일·전화·우편 조사를 한 결과 "외로움 때문"이라는 응답이 73%로 가장 많았다.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김정섭씨(52·가명)도 그 중 한 명이다. 유부녀와의 관계를 아내가 알게 되면서 결혼생활 12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혼 사유였던 유부녀와의 두 번째 결혼생활도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김씨는 "사랑 하나 믿고 결합했는데 딸을 남편에게 맡기고 나온 새 아내가 자꾸 내 아이들을 구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 아이들을 망치겠다 싶어 갈라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아이들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혼자 키웠다. 깊은 관계까지 가지며 만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이제 아이들도 어른이 됐으니, 더 나이 들기 전에 대화가 통하고 의지도 되는 여성과 결혼해 여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별·이혼을 거쳐 2009년 세 번째 결혼을 한 박영철씨(53·가명)는 "수학엔 정답이 있지만 삶은 정답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생의 행복에서 사랑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고 결혼은 부산물로 따라오는 것인데 왜 또 결혼하느냐고 묻는 것은 왜 또 행복해지려고 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다혼자는 두 번 이상 결혼 경험이 있는 남녀 커플이 가장 많지만 초혼남 혹은 초혼녀와의 결합도 적지 않다. 경제력과 외모, 사회적 지위 등을 갖춘 이들이 삼·사혼에서 초혼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고위 공직생활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 중인 박병선씨(57·가명)는 1997년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사별했다. 두 아이를 혼자 키우다 47살이던 2005년 이혼녀와 열애 끝에 재혼했다. 하지만 성격차로 결혼 내내 갈등을 빚다 5년 만에 헤어졌다. 다시 결혼한 건 2011년. 아내는 7살 연하로 바이올린을 전공한 초혼녀였다. 박씨는 "친구가 소개했는데 아내가 더 적극적이었다"며 "아이들과 사이도 좋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둘 다 결혼 경험이 있는 남녀의 삼혼 시엔 대부분 직계가족과 아주 가까운 지인만 불러 식을 올리거나 생략한다. 하지만 박씨처럼 초혼자를 맞이한 다혼자는 배우자를 배려해 결혼식을 올린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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