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혼시대]잇단 '불행한 결말' 다혼자들 "깊은 상처.. 다른 사람 말리고 싶어"

이윤정 기자 2015. 3. 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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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빚·외도·자녀 문제로 고통스러운 삶 악순환.. "혼인 대신 동거 선택"

다혼자 중에는 고통스러운 결혼생활과 이혼의 악순환으로 다혼 자체에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된 경우도 있다.

경기 수원에서 비정규직 조리사로 일하는 장정희씨(50·가명)가 그런 경우다. 장씨는 세 번 이혼한 후 "다시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엄마 밑에서 자란 장씨는 하루빨리 집을 떠나고 싶어 1985년 24살에 새엄마가 소개한 10살 연상 남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참지 못해 1년 만에 뛰쳐나왔다. 1988년 우연히 무궁화호 열차 옆좌석에 앉은 직업군인과 사랑에 빠져 재혼했지만 불임으로 10년 만에 헤어졌다. 밖으로 도는 남편을 보다 못해 합의이혼했다.

시부모는 "그동안 시험관아기 시술 등 병원비로 쓴 돈이 얼마냐"면서 위자료 한푼 주지 않았다. 전 남편은 이혼 후 두 달 만에 재혼했다.

'너만 재혼하냐, 나도 한다'는 심정으로 인연을 맺은 세번째 남편은 지금까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택시기사였던 그는 난봉꾼인 데다 외도가 들키면 폭력을 행사했고, 장씨 명의로 엄청난 빚도 졌다. 남편의 사춘기 자녀들도 친엄마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장씨에겐 곁을 주지 않았다. 장씨는 "또 이혼 딱지가 붙는 게 싫어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 남자의 수천만원 부채를 안은 채 헤어졌다"고 말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0만원의 원룸에서 생활하는 그의 월급은 120만원. 빚을 96개월로 나눠 매달 70만원씩 갚아왔다. 아직 2년이나 남았다. 그는 "남자의 경제력이 월등히 좋아 돈벌이 안하고 아이만 키울 수 있는 조건이면 모를까, 같이 벌면서 살림도 하고 상대방 아이까지 양육해야 하는 다혼이라면 뜯어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 이상 이혼의 상처가 있는 이들 중에는 또다시 불행한 결말을 맺을까봐 혼인 아닌 동거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결혼을 하자니 확신이 안 서고 혼자 살자니 외롭기 때문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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