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혼시대]"초혼가정 흉내내는 엄마에 불만" "새아빠를 아저씨로 부르니 편해"

박주연·박은하 기자 2015. 3. 1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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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혼자 자녀들의 생각은

다혼 부모를 둔 자녀들의 생각은 어떨까. 아주 어리거나 장성해서 부모의 이혼과 결혼을 경험한 자녀들은 대체로 충격이 덜하지만 사춘기 자녀들은 상처와 혼돈이 상대적으로 심하다. 특히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 성(姓)으로 바꿨다가 이혼 후 다시 친아빠 성으로 바꿔야 할 경우 혼란이 더욱 컸다.

사별·이혼을 거쳐 삼혼한 엄마를 둔 한영진씨(27)는 성장과정에서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 엄마가 재혼했어요. 그 남자(새아빠) 집으로 들어간 후 전학 간 학교에선 재혼녀 아들이라는 소문이 퍼져 왕따를 당했죠. 또 집에 가면 허구한 날 그 남자와 다투고 우는 엄마를 보는 것도 힘들었고요." 한씨는 친양자 입양과 함께 새아빠 성으로 바꿨다가 파양 과정을 거쳐 다시 친아빠 성을 썼다. 한씨는 엄마가 2009년 맞은 세 번째 남편에 대해선 적대감이 없다고 했다. 대화를 많이 시도하고 자기 자식과 똑같이 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성인인 만큼 이번엔 성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걸 이해하고 만족하는 건 아니다. 한씨는 "엄마와 단둘이 여행도 가고 싶은데 엄마는 여전히 초혼가정을 흉내 내려 뭘 하더라도 의붓아빠·자식과 다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해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임미나씨의 딸 김영경씨(28·가명)는 엄마의 다혼을 환영까진 아니어도 인정한다고 했다. "엄마가 두 번째, 세 번째 결혼할 때 난 이미 어린애가 아니었어요. 엄마도 사전에 내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고요." 김씨의 엄마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부모의 이혼이 천륜까지 끊는 건 아니라며 친아빠, 친가와 교류하도록 했고, 새아빠들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걸 허락했다. 김씨는 "엄마가 그렇게까지 하는데 엄마의 선택에 대해 제가 어떻게 왈가왈부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삼혼을 준비 중인 김정섭씨(52·가명) 아들 민혁씨(26)도 "두 분만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제가 10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는데 그때는 원망도 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두 분이 안 맞으니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빠는 우리 때문에 재혼생활도 일찍 끝내고 희생하셨어요. 이제는 행복을 찾아가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주연·박은하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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