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업그레이드 한국 설상..평창은 우리가 이끈다

이영주 기자 입력 2015. 3. 13. 09:45 수정 2015. 3. 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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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53개의 메달을 따냈습니다. 모두 쇼트트랙과 피겨,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서만 나왔지요. 썰매와 스키, 이른바 한국 설상은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습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스키점프 팀이 단체전 8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톱10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그런 한국 설상에 올 시즌 기적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보통 설상 종목은 겨우내 리포트 한 두 번 하기도 힘들만큼 별다른 뉴스거리가 없는데, 올 시즌에는 뉴스가 쏟아졌으니까요^^. 올 시즌 맹활약한 한국 설상의 주역들을 소개합니다.

● 천재 윤성빈의 등장

단연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윤성빈이었습니다. 2012년 평범한 고등학생이 썰매에 입문해 2년 만에 지난해 소치올림픽 출전, 그리고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 16위를 기록하더니, 올 시즌 첫 월드컵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8차례 월드컵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세계선수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 8위. 세계 랭킹 5위로 첫 시즌을 마쳤습니다.

세계 랭킹 5위에 오른 것도 대단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한 차례 실격을 당하고도 일궈낸 순위란 사실입니다. 윤성빈은 월드컵 1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전체 4위를 기록했는데, 2차 레이스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출발 신호 위반으로 실격을 당했습니다. 아마 이 대회에서 실격되지 않았다면 세계 톱 3에 들었겠지요.

썰매계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썰매의 김연아가 등장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윤성빈은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 스포츠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연아와 한식구가 된 거죠. 그래서인지 윤성빈이 김연아처럼 새로운 역사를 쓰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봅슬레이 2인승 국가대표 원윤종-서영우는 올 시즌 세계선수권에서 5위의 쾌거를 이뤘습니다. 땀과 노력으로 일군 성과이기에 더욱 값집니다.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 원윤종은 2010년 입문 당시 이미 25살, 고등학생 때부터 썰매를 시작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당히 늦게 이 종목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2배, 3배 노력했습니다. 하루 8공기씩 먹어가며 몸무게를 77kg에서 107kg으로 늘렸고, 근력도 함께 늘리기 위해 하루 10시간 가까이 몸을 단련했습니다. (참고 - 봅슬레이에서는 썰매와 선수 몸무게 합계가 390kg을 초과하면 안되고, 썰매 무게가 보통 170kg이기 때문에 두 명의 선수가 220kg을 맞추기 위해 노력.)

틈만 나면 조종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눈을 감고 두 팔을 움직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밥먹을 때도, 쉴 때도, 잠을 자기 전에도, 심지어 잠꼬대까지 했다고 하니 그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그렇게 인고의 5년을 보내고 30살의 나이가 된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5위에 올랐습니다. 썰매 전복 사고로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던 2년 전 세계선수권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입니다.

● 한 단계 업그레이드 '최재우'…그리고 우리도 있다!

한국 설상에 첫 메달을 안겨줄 가장 유력한 선수는 모굴스키의 최재우입니다.

2013년 세계선수권 5위, 그 해의 신인상, 2014년 소치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 12위.

최재우는 올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했습니다. 지난 1월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최종 결승에 올라 4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 스키 선수가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월드컵을 포함해 4위의 성적을 거둔 건 최재우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기세로 올해 세계선수권에서는 최초의 메달을 노렸지만, 대회 직전 연습 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아쉽게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이들만이 아닙니다. 유독 올 시즌에는 다양한 종목에서 재능있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이광기는 세계선수권에서 이 종목 처음으로 8위에 올랐고,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의 이상호는 세계주니어 선수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습니다. 여기에 크로스컨트리 강국 노르웨이 17세부 랭킹 1위인 혼혈아 김마그너스도 평창 올림픽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동계체전에서 현 국가대표 선수들보다 뛰어난 기록으로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4관왕에 오른 김마그너스는 다음달 한국과 노르웨이 중에서 국적을 선택할 예정인데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848'은 꿈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대한체육회는 평창올림픽의 목표로 '8-4-8'을 내걸었습니다.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던 2010년 밴쿠버 대회의 금 6개,은 6개, 동 2개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입니다.

불가능해보이기만 했던 이 목표는 한국 설상 종목의 눈부신 성장,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선수들의 노력으로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네티즌이 제 기사에 달았던 댓글로 글을 마칩니다.

"한국은 신기한 나라..김연아가 가니 윤성빈이 나오고. 갑툭튀!"

참고로 갑툭튀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를 줄인 신조어입니다.이영주 기자 lyyk253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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