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작은도서관, 도서정가제 '한숨' "20권 살 수 있던 새책, 이제 15권뿐"

이삭 기자 2015. 3. 1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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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율 줄어 예산 준 셈인데 정부 지원액 지난해와 비슷
군 보조 1년 300만원 빠듯

충북 괴산군 청천면 이평리에 있는 '솔멩이골 작은도서관'. 6000권의 책을 보유한 이곳은 마을 주민 230여명의 유일한 배움터이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쉼터 역할도 한다. 하지만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다. 지난해 11월21일부터 도서의 할인율을 제한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도서 구입에 어려움이 많은 탓이다.

괴산군에서 나오는 연 300만원의 도서구입 지원금으로는 역부족이다.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해주고 있지만 책 구입비용이 크게 늘면서 매달 20권 정도를 사던 것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엔 10여권을 사기도 벅차다.

노민경 관장은 12일 "출판업계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는 작은도서관 등 열악한 환경의 도서관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면서 "지원금도 지난해와 같아 작은도서관들은 책을 구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마을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도 복지라고 생각하는데 정부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괴산 솔멩이골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 괴산 솔멩이골 작은도서관 제공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시골지역 작은도서관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도서의 할인율(가격 할인, 마일리지·쿠폰 등 간접 할인 포함)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한 정책이다. 기존에는 책값의 30%까지도 할인이 가능했지만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할인율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계속해서 책을 구입해야 하는 작은도서관들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충북지역 작은도서관은 모두 240여곳. 이 중 시단위 지역 작은도서관은 시에서 책 구입비용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군 단위 지역 작은도서관은 1년 책구입비로 250만~3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것이 전부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기에는 빠듯한 돈이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갈마루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 구입권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20만원으로 20권 정도의 책을 살 수 있었다면 이젠 10~15권을 구입하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까진 큰 어려움은 없지만 앞으로 대책이 없다면 작은도서관 운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원 사단법인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이사는 "도서정가제는 작은도서관들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면서 "또 법적으로 제한을 하고 있기에 도서정가제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이어 "출판사들이나 서점들이 도서정가제로 인한 이익을 얻는 만큼 이를 분배해 작은도서관에 책으로 기증하는 풍토가 생긴다면 작은도서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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