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강정호 발목에 또 다른 강정호가?

조회수 2015. 3. 12. 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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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메이저리그 선수의 몸에서 문신을 보는 일은 이제 특별하지도 신기하지도 않습니다. 문신을 새긴 사실보다 그 문신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더 관심이 가는 요즘입니다. 텍사스 프린스 필더의 목에 새겨진 한글 '왕자'는 한국팬들에게도 이미 많이 알려진 상황. 필더는 한글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했지만, 한국팬들에게는 반가운(?) 문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문신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는 걸까. 공식화된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심판이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이를테면 투수의 팔에 있는 문신이 타자에게 방해된다고 생각되면 언더셔츠를 긴 팔로 입어 가리라고 지시 할 수 있는 거죠. 이런 방침을 '저스틴 밀러 룰(Justin Miller Rule)'이라고 합니다.

화려한 색상과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한 저스틴 밀러입니다. 한때 LA다저스에서 투수 생활을 했던 저스틴 밀러는 2013년 6월 돌연사를 했습니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 몸의 75%를 문신으로 도배한 저스틴 밀러가 마운드에 오르면 상대 타자들이 방해된다고 항의했고, 이를 받아들여 언더 셔츠를 긴 팔로 입어 문신을 보이지 않게 한 것입니다. 몸통에 새긴 문신이야 보이지 않는다지만 팔에서 손가락까지 이어지는 문신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에는 심판이 제재할 수 있는 '저스틴 밀러 룰(Justin Miller Rule)'이 있고, 상업적인 브랜드 명이나 욕설, 성적인 그림이나 문구는 구단에서 어느 정도 제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거들의 문신에는 어떤 의미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눈에 알아볼 정도로 굉장히 낯익은 얼굴입니다. 그렇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 선수의 얼굴입니다.

1. 강정호 발목에 또 다른 강정호가?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시작한 2월 중순. 파이어리츠 시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강정호의 모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곳은 다름 아닌 왼발목. 발목에 있는 강정호의 문신을 보니 넥센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었고, 위치도 왜 발목 부근인지가 궁금했습니다.

훈련 초반 문신을 공개하는 것을 꺼렸던 강정호는 "혹여나 팬들이 오해하실까 봐요."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CBS 기자를 통해 보도됐고, 강정호 문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옥타곤 관계자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신을 새긴 이유는 있었지만, 자신의 얼굴로 디자인한 이유는 특별히 없음을 알렸습니다.

"왼발목 안쪽에 상처가 있었는데,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운동선수들에게 상처 하나쯤은 큰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보기 좋지는 않았죠.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문신이었습니다. 흉터를 문신으로 가리고 싶었는데, 왜 얼굴을 새겼느냐고 물으시면 '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웃음) "

2. 수술 자국을 야구공 실밥으로 디자인한 스티브 데라바(Steve Delabar)-토론토 블루제이즈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는 흉터, 수술 자국 등을 가리기 위해 문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선수로 토론토 블루제이즈의 투수 스티브 데라바 (Steve Delabar) .

데라바는 2009년 마이너리그 시즌 중 오른 팔꿈치를 크게 다졌고, 철판과 9개의 나사가 수술에 사용될 정도로 큰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수술을 마친 데라바는 2010년에 프로야구 대신 고향에 있는 중학교에서 교사(임시)로 일을 하다가 2011년 시애틀 매리너스로 프로 복귀를 하게 됐죠. 이때, 데라바는 야구공 실밥 모양 문신을 했습니다. 흉터와 야구, 수술과 문신을 적절히 조화시킨 거죠.

3. 수술 자국이 미소 짓는 조바 체임벌린(Joba Chamberlain)-드트로이트 타이거즈

수술이라는 고통을 겪었지만, 이를 미소 짓게 바꾼 문신도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투수 조바 체임벌린의 문신이 그 주인공입니다.

체임벌린은 2009년 선발로 전향한 뒤 팔꿈치에 무리를 느꼈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선명한 수술 자국이 남게 됐죠. 체임벌린 역시 수술 자국이 신경 쓰였던 터. 이를 항상 미소 짓게 하는 스마일로 디자인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의 오른 팔꿈치 부분은 늘 스마일입니다. 제아무리 힘찬 투구를 해도 스마일. 팔을 굽히면 입꼬리는 더 올라가게 됩니다. 체임벌린의 문신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4. 텍사스 추신수의 가족 이니셜

상처, 흉터 자국을 문신으로 디자인한 경우도 있지만,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는 문신도 꽤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문신은 한국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추신수 오른팔에 새겨진 문신입니다.

얼핏 보기엔 단순 문양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SWMGS'의 이니셜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추신수 가족의 이름을 의미합니다. '신수, 원미, 무빈, 건우, 소희'.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가족 사랑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진 추신수는 가족들과 늘 함께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싶었다고.

5. 씬씨네티 레즈 의 투수 트레버 벨 (Trevor Bell)

트레버 벨의 왼팔에는 광대와 광대의 큰 신발 한 켤레, 그리고 'The shoes will never be filled'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뭘 해도 채워지지 않는, 뭘 해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광대일까?

트레버의 밥 벨(Bob Bell)은 1960부터 1984 까지, 시카고 WGN tv 채널에서 "보조 광대" (Bozo the Clown)로 활동했습니다. 광대였지만 하루하루 늘 열심히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늘 최선을 다하는 할아버지를 본받고, 따라가고 싶은 마음에 광대의 큰 신발과 문구를 문신으로 새겼습니다.

6.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맷 캠프(Matt Kemp | Matthew Ryan Kemp)

이제는 다저스가 아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라고 소개해야 하는 맷 켐프는 가슴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문신으로 새겼습니다. 왼 가슴을 모두 덮어버릴 정도의 큰 문신이며, 이는 '준 차(Jun Cha. 한국인 2세)'라는 유명한 문신 아티스트가 작업을 했습니다.

조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문신했다고 밝은 맷 켐프와는 다르게 할머니는 캠프가 문신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는 원래 캠프가 문신하는 걸 싫어하죠. 그런데 가슴에 우리(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을 크게 새긴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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