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쩍벌男 화장女 이어.. 백팩族 '지하철 3大 민폐'로

이송원 기자 2015. 3.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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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로 매일 왕복 두 시간을 통근하는 직장인 김모(27)씨는 객차에 오르면 주위 승객들 등부터 살핀다. 백팩(backpack)을 메고 서 있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다. 키가 160㎝ 정도인 김씨 앞에 키 175~180㎝인 사람이 백팩을 메고 서면 김씨의 얼굴이 가방에 닿는다. 김씨는 "백팩에 얼굴이나 몸을 부딪혀도 정작 가방 주인은 자기 가방이 나를 친 줄도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아 화가 난다"며 "백팩에 치이다 보니 지하철 출근길이 더욱 고달프다"고 말했다.

'백팩 공포'를 호소하는 대중교통 이용자가 늘고 있다. 태블릿PC와 노트북 보편화, 아웃도어 패션 대중화의 영향으로 남녀노소 없이 백팩을 메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서로 얼굴 붉힐 일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승객의 통로를 가로막거나 주위 사람을 가방으로 치는 백팩족은 '쩍벌남'(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남자 승객) '화장녀'(객차, 버스 안에서 화장을 하는 여성 승객)와 더불어 대표적인 민폐로 꼽힌다.

실제 9일 오전 8시 30분쯤 통근·통학족이 많은 지하철 2호선의 한 객차에는 백팩을 멘 승객 20여명이 다른 승객들 사이에 뒤엉켜 서 있었다. 폭이 약 1.3m인 지하철 통로 양쪽으로 두께 30㎝가량의 백팩을 멘 성인이 등을 지고 서니 한 명이 지나가기 힘들었다. 다른 객차로 이동하던 한 중년 여성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백팩 승객들의 행렬 사이를 밀치며 지나갔다.

등산용 폴, 아이젠 등이 담긴 등산 배낭은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서울 관악구 노선버스 기사 전모(44)씨는 "술을 마신 등산객들이 버스 안에서 비틀거리다가 배낭에서 튀어나온 폴대가 다른 손님 머리에 맞거나 눈을 찔러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백팩 민원이 늘면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5월부터 '백팩을 메셨다면'이라는 30초짜리 영상을 객차와 역사 안에 틀고 있다. "전동차 안에서는 가방을 손에 들거나 선반에 올려둡니다" "가방을 멘 채 급하게 몸을 돌리지 않습니다" 등 기본 매너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등산객이 많은 특정 구간을 지나는 시내버스에서 "차내가 복잡할 때에는 등산 장비나 배낭 또는 가방의 쇠붙이 등으로 인해 다른 승객이 다치지 않게 조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백팩족 가운데 그런 위험을 인정하고 스스로 조심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학생 정모(26)씨는 "선반이나 바닥에 내려놓으면 누가 가져가지는 않을까 계속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내 등 뒤에 메고 있을 때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내 가방이 남한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은 백팩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인 오기노 (29)씨는 "어릴 때부터 남한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교육을 받기 때문에 지하철에서는 일단 메고 있는 큰 백팩을 내려놓는다"며 "붐비는 열차에 타기 전에는 미리 가방을 손에 들고 탄다"고 했다.

일본 도쿄메트로의 경우 2004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상황을 토대로 백팩 에티켓 포스터를 만들고 있다. 큰 백팩을 멘 사람의 그림을 그리고 '산에서 합시다'라고 하거나 백팩을 멘 직장인이 모르는 척하며 뒤에 선 아이를 괴롭히는 장면을 두고 "아이들은 보고 있다! 어른들의 매너"라고 표현한 것이 그 예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도 2013년 백팩을 메고 있는 한 남성 승객을 등딱지 대신 가방을 메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으로 희화화하는 에티켓 포스터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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