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산층..소비와 경제활력의 '중추'가 무너진다

2015. 3. 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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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경기 분당에 사는 김명직(가명, 49)씨는 20여 년 다니던 증권회사를 지난해초 그만두었다. 경영난으로 명예퇴직을 당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여러 회사와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명문대를 나오고 증권사 요직을 지낸 경력으로 곧 새 일자리를 잡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재취업 시장의 칼바람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으나 이젠 저축했던 돈도 바닥이 나면서 자동차를 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 고등학생이 된 아들, 아내와 함께 했던 해외여행이나 외식은 꿈도 꾸지 못한다. 동반 퇴직한 옛 동료들과 가끔 만나 쓴 소주로 마음을 달래보지만 대부분 길거리를 떠도는 신세다. 회사에 남은 동료들도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몰라 몸을 사리고 있다.

경제난으로 한국의 중산층이 위기를 맞고 있다. 소비와 경제활동의 중심이면서 건전한 사회문화 형성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중산층이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 크게 늘어난 부채, 세금 증가에 고용불안까지 더해지며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을 위기로 내모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난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수가 53만3000명 증가했지만 김 씨가 속해 있던 금융 및 보헙업 취업자는 지난해 2만6000명(3.0%) 감소했다. 농림어업을 제외하면 감소율이 가장 높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명예퇴직이 일상화되면서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제조업과 금융 등 서비스업 구분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전체 통계를 봐도 '경제허리'는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중산층 가구수를 집계한 결과 중산층 비중은 1990년 75%에서 2013년엔 67.1%로 줄었다. 반면 저소득층은 7.6%에서 14.3%로 크게 늘어나고 고소득층은 큰 변동이 없어 중산층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었다.

중산층을 형성할 '좋은 일자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5~29세 사이의 청년 실업률은 9%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도 비정규직 등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에 의존하고 있다. 중산층을 형성의 토대 자체가 취약한 것이다.

40~50대의 중산층은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에 눈덩이처럼 늘어난 가계부채, 가중되는 고용불안, 준비가 안된 은퇴 후의 노후불안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 지난해 중산층을 형성하는 가계평균 소득 40~60%인 3분위와 소득 60~80%인 4분위의 부채증가율이 각각 6.6%와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근 터진 연말정산 파문에서는 연봉 5500만원 이상 중산층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 이들의 심리적 박탈감이 더욱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자신감 결여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중산층의 절반 이상이 자신을 빈곤층으로 간주하고 있다.

심리적 박탈감에 빠진 중산층이 소비를 줄이면서 전체 소비성향이 사상최저치로 떨어지고 경제활력이 저하되는 등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경제중추'인 중산층이 파열음을 내면서 한국사회가 좌표를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많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허리인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림으로써 소비여력을 확충하고 내수기반을 강화하지 않으면 경제 회생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호상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전망에 대한 중산층의 신뢰가 무너져 이들에게 소비를 늘리라고 한다고 소비가 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추어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중산층은 물론 경제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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