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REPORT] 홍역 백신 접종 논쟁 중인 대선 주자들..백신 접종 무조건 꼭? 내 맘대로?

박봉권 입력 2015. 3. 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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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자유의지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자유지상주의와 후진국 질병 홍역.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개 사안이 올 들어 미국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미국서 확산되고 있는 홍역부터 살펴보자. 홍역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지만 백신이 있다. 백신을 살 돈만 있다면 100% 예방 가능하다는 점에서 홍역은 대표적인 후진국 질병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부자나라 미국 19개 주에서 150여명이 넘는 홍역 환자가 올 들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644명이 홍역에 걸렸다.

홍역 백신이 넘쳐나는 미국에서 15년래 최악의 홍역 발병 위험 경고등이 커진 것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홍역 백신이 자폐증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다. 나이 어린 자녀의 몸에 백신 주삿바늘을 꽂는 것 자체를 원치 않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반(反)백신접종주의자들이 늘면서 미국 내 홍역 백신 접종률이 경제 발전 정도가 한참 떨어지는 아프리카 지역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UN에 따르면 미국 홍역 백신 접종률은 91%다. 반면 굿거버넌스아프리카(GGA) 자료를 보면 탄자니아, 리비아, 이집트 등 16개 아프리카 국가 홍역 백신 접종률은 100%다.

홍역 감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녀들에게 백신 접종을 시키지 않겠다는 부모들이 늘면서 미국 보건당국은 안절부절이다. 앞으로 전염성이 강한 홍역 확산 가능성이 매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역 확산을 막기 위해 홍역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는 배경이다. 실제 올 들어 100명 이상의 홍역 환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린 캘리포니아주에 10개 캠퍼스를 둔 캘리포니아주립대는 23만3000명의 학생들의 홍역 백신 접종을 내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오래곤·워싱턴주에서는 부모들이 취학아동 홍역 백신 접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마련에 들어갔다.

미국 홍역 비상…150명 홍역환자 발생
백신 의무 접종 vs 자유권리 침해 논란

백신 접종 의무화가 대중보건을 위한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여질 것 같지만 반백신접종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자유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백신 의무 접종 논란을 이슈화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자유지상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미있는 것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권 후보 자리를 꿰차려는 대선 주자들이 과할 정도로 개인의 자유선택의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 대권 후보 중 한 명인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이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홍역 백신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중보건보다 개인적 권리를 우선시하는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행보와 관련, 공화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첫 번째 관문인 아이오와주 표심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는 각 주(州)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주대의원을 뽑는 일종의 지구당 정당집회인 코커스(Caucus)라는 것이 있다. 아이오와코커스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데 여기서 승리를 거두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많은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다. 당연히 이후 다른 주에서 열리는 코커스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돼 아이오와코커스 승리는 대선 후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아이오와주는 농부들이 공화당 당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선택의지를 중시하고 홍역 백신 접종률도 다른 주에 비해 크게 낮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행보가 아이오와 표심을 얻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민주당은 일부 개인의 자유의지를 구속하더라도 공중보건을 위해 백신 접종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정반대 주장을 펼친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은 공중보건에 대한 배신행위로 너무 이기적인 행태라는 비판이다. 미국 내 홍역 확산이 과도한 자유의 대가라고도 지적한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pea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97호(2015.03.04~03.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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