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상옥, '박종철 고문' 부실수사 정황 더 뚜렷해져

2015. 3. 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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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사기록·공판조서 살펴보니

수사 주도 안했다는 여당 말과 달리사건 주요 고문경찰관 수사 전담현장검증도 않고 비공개 실황조사사퇴 요구 받아온 박 후보 입지 악화박 후보 "잘못 해석…사실과 다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1차 수사기록과 항소심 공판조서에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부실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야당 등의 사퇴 요구를 받아온 박 후보자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

박 후보자에 대해 새누리당은 "당시 수사팀 막내검사로서 수사를 주도할 위치도 아니었고 권한도 없었다"며 두둔하지만, 1차 수사기록 등에는 박 후보자가 주요 고문 경찰관에 대한 수사를 전담한 사실도 드러난다.

1차 수사기록을 보면, 박 후보자는 1987년 1월20일·23일 구속된 강진규 경사를 직접 조사했다. 1월23일에는 2차 수사 때에야 고문 가담 사실이 드러난 반금곤·황정웅 경장을 조사했지만, 이들은 당시 범행 가담 사실을 잡아뗐다. 그해 5월에 착수한 2차 수사 결과 모두 5명인 것으로 드러난 고문 경찰관들 중 3명을 1차 수사 때 박 후보자가 조사한 것이다.

항소심 공판조서에서 강 경사의 진술을 보면, 박 후보자는 1차 수사 때부터 반 경장과 황 경장 역시 고문에 가담했다고 의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팀은 강 경사와 조한경 경위만 서둘러 기소했다. 조 경위는 2월27일 구치소에서 안상수 검사(현 창원시장)에게 공범이 3명 더 있다고 자백한 인물이다.

공판조서로 드러난 문제점은 또 있다. 조 경위의 변호인이 "그러한 범행(물고문)이 두 사람으로 충분합니까"라고 묻자, 조 경위는 "두 명이 할 수가 없지요. 저나 강진규나 몸이 왜소하기 때문에 둘이서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은 현장검증을 생략하고, 1987년 1월23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경찰관들을 참여시키지 않은 채 비공개 '실황조사'만 진행했다. 실황조사 보고서에는 "박종철같이 키가 170센티미터인 사람을 욕조 앞에 구부리게 하여본바 무릎을 굽히지 않고 선 자세로는 머리가 욕조턱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며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몸을 뒤로 뺀즉 목이 욕조턱에 걸렸음"이라고 적혀 있다. 같은 날 박 후보자는 강 경사를 조사하면서 "저는 박종철의 뒤에서 박종철의 양팔을 저의 양어깨 위에 뻗게 하고 제 팔을 박종철의 겨드랑이 사이로 빼 팔과 손으로 어깨에 올려놓고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무릎을 꿇은 박종철씨 뒤에서 강 경사가 이런 자세로 물고문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박 후보자가 1차 수사 때 부실 수사를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은 3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친서를 보내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야당 반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강 경사의 법정 증언을 바탕으로 한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대법원을 통해 "기록의 일부 맥락을 잘못 해석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했다. 또 "상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기록 및 공판조서 등 자료를 토대로 청문위원의 질의가 있으면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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