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10년 팬덤, 방송국 편성도 움직인다

2015. 3. 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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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표재민 기자] 한때 토요일 오후 6시대 편성을 논의 중이었던 SBS '아빠를 부탁해'가 결국 토요일 오후 9시대로 자리잡았다. 사실 토요일 오후 6시대는 웬만하면 편성이 변경되지 않는 터줏대감들이 대결을 펼치는 장. MBC '무한도전'은 벌써 방송 10년을 맞았고,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역시 9년이 됐다. 가장 어린 '신상'이 2011년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KBS 2TV '불후의 명곡'이니 말 다 했다.

SBS가 '아빠를 부탁해'를 토요일 오후 6시대 카드로 만지작거린 것은 정말 단순한 이유였다. 설날 특집 방송 당시 '무한도전'과 맞붙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했기 때문.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에서도 '무한도전'과 맞먹었다. 물론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 심리 영향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10년 동안 방송되며 막강한 팬덤을 가지고 있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선방한 것은 분명했다.

때문에 SBS는 '아빠를 부탁해'를 '무한도전' 시간대에 집어넣어 방송사의 자존심이 걸린 주말 예능프로그램 경쟁에서 판도를 흔들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허나 일단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중간은 하는 토요일 오후 6시대보다 더 급한 오후 9시대의 불을 먼저 끄기로 했다. 주말 오후 9시대는 SBS의 취약 시간대. MBC 드라마와 경쟁해 번번하게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다.

특히 올해 들어 오후 9시대 '떴다 패밀리'와 오후 10시대 '내 마음 반짝반짝'이 모두 시청률 2%대를 기록하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 시간대를 살리는 게 최우선이라는 판단에 강력한 카드인 '아빠를 부탁해'를 토요일 오후 9시대에 집어넣게 됐다. 이미 드라마 시청자들이 MBC 주말드라마에 시선이 꽂힌 가운데 드라마가 아닌 예능으로 승부하는 게 더 좋은 전략이라는 판단 때문. 내부적인 편성 전략상 '아빠를 부탁해'가 오후 9시대로 출발하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괜히 오해 아닌 오해를 사게 됐다.

'무한도전' 팬덤의 무서운 여론 결집력과 영향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기 때문. '아빠를 부탁해'가 '무한도전'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온 후 온라인은 그야말로 떠들썩했다. '아빠를 부탁해'의 편성 자체가 무리수라는 의견이 상당히 지배적이었다. 이른바 '무한도전'과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또한 최종적으로 오후 9시대에 편성됐다는 보도 이후에는 '아빠를 부탁해'가 '무한도전'을 피해서 안정적인 전략을 꾀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이어졌다.

사실 '무한도전'은 10년간 방송되며 그 어떤 아이돌그룹 못지않게 강력하고 충성도 높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워낙 우여곡절이 많았고, 그럼에도 최고의 자리를 지킨 프로그램인 까닭에 팬들의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은 상당하다. 보통 스타의 팬덤은 경쟁 스타를 견제하는 심리가 있는데 '무한도전' 역시 마찬가지인 것. 특히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그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라고 여길 때 이 같은 공격성은 더욱 활발해진다. '무한도전'과 경쟁하는 기존 프로그램을 이유 없이 힐난하는 일이 많은데, 새로운 경쟁자는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터다. 물론 모든 '무한도전' 팬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여기에 지지세력이 많은 만큼 이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만만치 않게 많은 것도 새로운 경쟁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됐다. 팬이 늘수록 '안티'도 늘어나는 인기 스타와 같은 길을 출연자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그 자체도 걷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소식, 그 경쟁자가 다른 시간대로 이동한다는 소식은 팬들과 이 프로그램을 싫어하는 '안티'들이 한군데에서 박터지게 싸우는 장이 됐다. 이 프로그램의 진짜 팬들이 새 경쟁자를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도 있지만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지능적인 안티'들의 활약도 컸던 것도 있었다. 그야말로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리니까 벌어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jmpyo@osen.co.kr<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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