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한국이 영국 꼴 나지 않으려면

2015. 3.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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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면 뭐가 생각 나는가. 빨간색 대형 버스? 비틀스? 좀 비판적인 안목의 독자라면 식민주의가 생각날 것이다.

 런던을 방문한 독자라면 부티 나는 거리를 봤으리라. 관광객들은 런던 말고도 어쩌면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을 방문했을지도 모른다.

 내 고향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지역은 오랫동안 쇠퇴 일로다. 가게의 반은 방범용 쇠창살이 꽂혀 있다. 나머지 가게들의 존재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생필품 제공이다. 도박이나 복권은 '희망 고문'을 한다. 월급날 직장인들은 고금리로 꾼 돈을 갚느라 바쁘다.

  3년 전 칼럼니스트 두 명이 『2014년까지는 영국 경제가 제3세계 수준으로 떨어지는 이유』라는 부제의 책을 펴냈다. 딱 한 가지 내가 놀란 것은 '2014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저자들이 과감하게 선택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의 기본적인 테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딴 나라 같은 런던과 지방 사이를 오갈 때 나는 '여권을 챙겨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은 '나 홀로' 부자인 런던이 달려 있는 가난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이유가 뭘까. 수십 년 전 시작된 '탈산업화(deindustrialization)'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은 '서비스 경제'라는 관념에 매혹됐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을 추구하지 않았다. 영국은 지금도 제조업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같은 물건을 더 소수의 인력으로 생산한다. 더 많이 생산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게 아니다. 영국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대략 이런 식의 논리가 팽배했다. 영국의 고임금 경제는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 제조업을 포기하고 은행가·경영 컨설턴트·변호사의 나라가 돼야 한다. 사실 영국은 과거에도 그렇고 오늘날에도 이들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 이들 직업 활동의 중심은 필연적으로 런던이라는 게 문제다. '화려한' 고등교육을 받아야만 이들 직업에 종사할 수 있다.

 영국에서 서비스업은 평범한 지역 출신의 평범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산업 부문이다. 하지만 서비스업 일자리는 소매업·콜센터 등의 분야에 국한된다. 그나마 일자리 수가 많지 않고 그저 최소임금을 지불한다. 경력을 차곡차곡 쌓을 기회가 거의 없는 일자리들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비참하다. 돈도 없고 야망도 없다. 일부 도시 빈민가에서 평균수명은 60세를 조금 넘는 정도다. 범죄와 마약 문제도 심각하다. '당신 인생을 좀 정돈해 보세요'라고 다그치기에는 비참한 처지의 사람들이 너무 많다. 수백만이다. 과거에는 소수가 비참했다.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스위스에 몇 달간 머물기 전까지는 이런 상태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스위스는 임금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스위스 전역을 다니며 목격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첨단 제조업 현장이었다. 노동자의 자녀도 아주 편안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었다. 또 밝은 미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할 때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학술회의에 가끔씩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교육받은 특권층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서비스 경제가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제안했다. 당신이 뱅커나 경영 컨설턴트라면 서비스 경제가 굉장한 성공을 보장할 것처럼 보일 것이다.

 물론 한국은 서비스업을 경시하면 안 된다. 한국의 서비스업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단기간에 세계 금융업의 중심이 될 가능성은 없다. 런던이나 홍콩이 순순히 한국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블루오션'도 있지만 장하준 교수가 즐겨 말하는 것처럼 의료관광 부문은 앞으로 수백 배 성장해야 자동차 제조업 크기가 된다.

 '서비스냐 제조냐' 하는 양자택일 문제는 없다. 스위스와 독일은 둘 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영국이나 미국의 길을 가면 안 된다. 한국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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