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돈 좀 뽑아달라"..눈 뜨고 당한 씁쓸한 사기

권애리 기자 2015. 3. 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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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객 우선'이라고 외치는 은행들이 장애인 고객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뒷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현금 지급기를 이용하기 어렵다 보니 이런 일까지 생겼습니다.

권애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2년 전 지병으로 다리를 잃고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는 이광식 씨.

이 씨는 최근 은행 현금자동지급기 ATM에서 돈을 인출하려다 난감한 일을 겪었습니다.

계단 때문에 ATM에 다가가기 힘들어 지나가던 사람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돈을 뽑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 사람이 몰래 돈을 더 뽑아서 가져가 버린 겁니다.

[이광식/47세, 휠체어 이용 장애인 : (행인에게) 20만 원만 좀 찾아달라고 비밀번호를 알려줬어요. 40만 원을 뽑아서 20만 원은 본인이 갖고, 20만 원을 저한테 주고 갔더라고요. 제가 은행에 바로 확인을 못 하니까 그냥 간 거죠.]

이 씨의 거주지에서 반경 300미터 안에 있는 은행 3곳을 함께 가 봤습니다.

3곳 모두 휠체어를 타고는 ATM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설치돼 있는 장애인 편의시설도 엉터리였습니다.

장애인 진입로는 경사가 너무 심해 혼자 휠체어로는 올라갈 수 없었고, 도움 요청 벨도 급경사를 지나야 쓸 수 있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뒤로 확 밀리면, 저 뒤 찻길까지 밀리게 돼요. (은행에) 못 가는 거죠.]

모든 은행은 장애인이 차별 없이 금융상품을 이용하게 하라고 명시한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여전히 차별이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ATM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이 있지만, 지키지 않아도 제재는 없습니다.

[은행 관계자 : (점포가) 자가 건물에 있는 게 아니면…주인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허락 안 하면 못 하는 거죠.]

장애인들은 계단에 철판 하나만 대줘도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호소합니다.

[이런 거 하나 놓는 것도 건물주가 뭐라고 하나요? 나중에 철거해도 되는 거고요.]

은행들은 말로만 '고객 우선'을 외칠 게 아니라 장애인 고객들을 배려하는 마음부터 갖춰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홍종수, 영상편집 : 김진원)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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